[영화주평]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부조리한 제도폭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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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플로이드의 벽"(82년)"버디"(85년)등의 작품에서 반문명적인
메시지와 현란하고 충격적인 영상언어 창조로 당시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던 알란 파커 감독.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초기작 "미드나잇 익스프레스"(78년)가
우리나라에서 뒤늦게 개봉된다.
"탈옥"을 의미하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터키에서 마약을 빼내려다
잡혀 무기형을 언도받고 인간이하의 감옥생활을 하다가 탈출한 미국대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영화는 "이 작품은 한 청년이 직접 겪은 경험에 근거해 만들어졌음"이라는
자막으로 시작해 탈출에 성공한 주인공이 귀환, 가족들과 상봉하는 장면들을
흑백 정지화면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기법으로 끝난다.
마치 이 작품의 내용이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기라도 하듯이.
물론 실화를 소재로한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감동을 증대시키는 데는
이런 식의 처리가 효과적이기는 하다.
문제는 내용에 담겨진 일방적인 시각과 과장된 극적 처리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은폐시키는 데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내용에 거리를 갖도록 하는 장치없이 할리우드에서
개발된 온갖 기교를 부려 관객을 한없이 극에 끌어들여 동화시키는 경우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
이같은 측면은 이 영화의 각본을 써서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올리버
스톤의 영화들에 잘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터키인들은 한결같이 주인공이 극중에서 욕하는 대로
"돼지새끼들"같이 묘사된다.
터키라는 나라도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이 없어보인다.
마약에 찌들어 있던 주인공은 법정에서 터키인들을 향해 "자유"와
"정의"에 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터키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당하던 주인공은 가장 "돼지새끼"같은 터키인
2명을 무참히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가 부조리한 상황과 제도적 폭력에
승리한 "영웅"이 된다.
군중신의 효과적 처리,공격적이고 저돌적인 화면구사등 알란 파커식의
화려한 영화언어는 볼 만하지만 그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 했던
"비인간적인 상황에 분연히 맞서는 인간의 생존욕구"에 감동받기에는
걸림돌이 많은 영화다.
(31일 대한극장 개봉예정)
< 송태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4일자).
메시지와 현란하고 충격적인 영상언어 창조로 당시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던 알란 파커 감독.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초기작 "미드나잇 익스프레스"(78년)가
우리나라에서 뒤늦게 개봉된다.
"탈옥"을 의미하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터키에서 마약을 빼내려다
잡혀 무기형을 언도받고 인간이하의 감옥생활을 하다가 탈출한 미국대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영화는 "이 작품은 한 청년이 직접 겪은 경험에 근거해 만들어졌음"이라는
자막으로 시작해 탈출에 성공한 주인공이 귀환, 가족들과 상봉하는 장면들을
흑백 정지화면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기법으로 끝난다.
마치 이 작품의 내용이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기라도 하듯이.
물론 실화를 소재로한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감동을 증대시키는 데는
이런 식의 처리가 효과적이기는 하다.
문제는 내용에 담겨진 일방적인 시각과 과장된 극적 처리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은폐시키는 데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내용에 거리를 갖도록 하는 장치없이 할리우드에서
개발된 온갖 기교를 부려 관객을 한없이 극에 끌어들여 동화시키는 경우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
이같은 측면은 이 영화의 각본을 써서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올리버
스톤의 영화들에 잘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터키인들은 한결같이 주인공이 극중에서 욕하는 대로
"돼지새끼들"같이 묘사된다.
터키라는 나라도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이 없어보인다.
마약에 찌들어 있던 주인공은 법정에서 터키인들을 향해 "자유"와
"정의"에 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터키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당하던 주인공은 가장 "돼지새끼"같은 터키인
2명을 무참히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가 부조리한 상황과 제도적 폭력에
승리한 "영웅"이 된다.
군중신의 효과적 처리,공격적이고 저돌적인 화면구사등 알란 파커식의
화려한 영화언어는 볼 만하지만 그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 했던
"비인간적인 상황에 분연히 맞서는 인간의 생존욕구"에 감동받기에는
걸림돌이 많은 영화다.
(31일 대한극장 개봉예정)
< 송태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