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악계를 대표하는 판소리명창 안숙선씨(47)와 사물놀이의
김덕수씨(44)가 한 무대에 선다.

오는 9월4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감"을 주제로
첫 합동공연을 가질 이들은 이번무대를 통해 40년가까이 각자가 구축해온
음악세계의 교감을 시도하게된다.

판소리와 사물놀이라는 서로다른 장르의 두 명인이 합동무대를 꾸미는
이색무대가 될 이번 공연은 국악계에선 보기드문 시도로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국악의 대중화와 현대화 작업에 힘써온 두사람이 서로에 대한
교감을 통해 신명나고 수준높은 공연을 선사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숙선씨와 김덕수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9년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각각 전북과 충남대표로 참가했을 때.

그후 지금까지 서로를 격려하며 오누이처럼 각별한 사이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보유자였던
고박귀희씨의 제자들이기도 하다.

공연은 크게 일곱 단계로 진행될 예정.출연자 전체가 콘서트홀
입구에서 "길놀이"를 시작, 객석을 통해 무대에 올라가며 놀이판의
막을 올리게 된다.

이어 안씨가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심청가"중 "심봉사 심청그리는
대목"과 "토끼이야기"를 부르고 김덕수패가 흥겨운 사물놀이한판을
벌이고 나서 안씨가 "춘향가"중 "사랑가"를 들려주는 순서로 진행된다.

또 김씨가 설장구 독주를 통해 덩덕궁이 세산조시 구정놀이 호드래기
굿거리 등 장구가락의 다양한 변주를 들려주면 안씨가 박귀희류
"가야금병창"으로 이어받는다.

이번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여섯번째 순서로 두 사람이 함께 꾸미는
단막극 "수궁가".

안씨가 토끼역을 맡고 김씨가 자라역을 맡아 직접 판소리를 청중들에게
들려주는 무대를 마련한다.

끝으로 전체 출연진이 판굿을 벌인 뒤 안씨의 흥겨운 "농부가"와
"소고춤"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게된다.

"두사람의 걸어온 길이 상징적으로 나타날수 있도록 공연내용을 짰다"고
밝힌 안씨는 "국악의 각 장르간 교류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이같은 성격의
공연이 앞으로 활성화 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물놀이 타악기의 공명은 어디서나 가능하고 어느 가락과도
어울릴 수 있다"며 "판소리와 풍물의 만남을 통해 우리음악의 풍부한
창조력을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공연을 주최하는 삼성영상사업단은 두사람의 공동음반제작과
독일 호주 등 해외에서의 합동공연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문의 747-8277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