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밝힌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의 골격은 정치적인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군과 경찰에 대한 예산상의 특별배려가 한반도 정세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경찰력 보강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인데다 현재
당면한 경제난국에 대한 배려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방위비 예산 증가에 소극적이었다.

일반회계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워낙 큰데다 인건비 비중도
높아 대표적인 경직성 예산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지난 6월 24일 당정협의용으로 작성한 "97예산 요구현황및 편성
방향"에서 "사회간접자본확충및 교육개혁, 농어촌구조개선등의 사업비
확보를 위해 인건비, 방위비등 경직성경비의 증가를 억제한다"는 방침을
천명한바 있다.

이에따라 그간 재경원 내부에서는 내년도 방위비 증가율을 올해 10.7%보다
다소 낮아진 9%대의 한자리숫자로 전제하고 예산 편성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두달도 못돼 예산편성 방향이 1백80도 바뀐 셈이다.

올해 방위비는 일반회계세출예산(57조6천9백21억원)의 22.0%인 12조7천3백
60억원이었다.

김영삼대통령이 지시한대로 여기에서 12%가 증가하면 14조2천6백43억원이
된다.

내년도 예산증가율을 14%선에서 억제한다는 정부 방침을 참고하면 이는
97년도 일반회계세출예산추정치(64조6천1백51억원)의 22.0%에 달하게 된다.

방위비및 경찰청예산의 갑작스런 증가로 다른 부문의 예산편성에 주름살이
질수 밖에 없게 됐다.

이에따라 경기조절 취약부문지원 소득재분배등 예산의 거시경제적인
순기능이 발휘될 여지도 그만큼 축소되게 됐다.

무엇보다도 사회복지및 환경, 중소기업구조조정등의 예산이 애꿎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 올해 예산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기강원지원의
수해복구 소요액이 5천7백억원으로 이에따른 국고지원만 약 4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년의 예로 볼때 재해의 60%이상이 8월이후에 태풍등으로 발생하는
것을 감안, 예비비의 추가확보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게다가 증시 침체로 예정됐던 한국통신 국민은행등 공기업 주식매각이
실패한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공기업 주식매각규모를 당초 1조9천8백억원에서 절반수준인 1조원으로
축소한 것은 최근의 주식시장동향을 감안할때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일종의 증시안정화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기업주식물량을 줄여도 남은물량이 1조원이나 돼 이미
자생력을 거의 상실한 증시엔 큰 호재가 될것 같지 않다.

<> 내년 예산 =내년도 예산부터 기존 재특회계중 출자계정은 일반회계로
흡수키로 했다.

이는 것은 이계정의 수입이 공기업주식매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계획대로
매각이 이뤄진 적이 한번도 없는등 재원확보가 극히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공공기관의 경상경비 전체규모는 증가폭을 최소한(5%이내)으로
억제하되 자율사용권을 넓혔다.

이를 위해 그간 해마다 15~20%이상씩 증가해온 기타사업비(통계조사,
법령심사등)를 경상경비로 잡으면서 기관유지비(전화요금, 임대료)등
기준성경비는 경상경비에서 제외시켰다.

동시에 해당부처별로 내년도 경상경비를 올해보다 5% 늘어난 범위내에서
어떤 사업에 쓰든지 관여하지 않기로 해 여유를 어느정도 확보해 주었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