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간은 신이 하늘위에 있다고 믿었다.

그 뒤에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신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하늘위에 있는 신"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는 신"을 이해할 수 없게 됐다.

인류의 종교적 발전과정을 보면 그렇다.

기독교신학의 발전과정도 별다르지 않다.

현대신학자들은 더이상 신을 "하늘위"나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찾으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삶의 깊이와 역사의 한 가운데서 성서의 신을 다시 찾으려
한다.

볼트만 틸리히 본회퍼 콕스 같은 신학자들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하비 콕스 (Haarvey Cox)는 60년대초 현대세계의 세속성을 긍정적인
면에서 신학적으로 평가하여 세속화과정에 있는 교회의 방향을 제시한
"세속도시"란 저서를 내놓아 돌풍을 불러 일으켰던 미국의 신학자다.

콕스는 세속화와 도시화를 비종교화의 과정으로 오인하고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그것을 전통적 종교관으로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세속화 도시화야말로 성서적 신앙의 표현인 동시에성서적 신앙의
역사화에서 온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그의 기본입장이다.

그에게 세속화의 정황인 도시화는 전통이 붕괴되고 다양성이 지배하는
새로운 삶의 구조의 출현을 뜻한다.

따라서 마을문화적인 교구중심교회는 산업현장 병원 학교 소외지역
선교에 나서야하며 결국 인간해방을 위한 신의 혁명에 참여해야
한다는데까지 교회의 역할이 확대된다.

심지어 "플레이 보이"지에까지 기고하는 그의 적극적행동과 사상적
영향은 미국의 민권운동, 월남전반대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특히 70년대 한국의 민중운동과 교회혁신운동에 끼친 그의 영향도
적지 않다.

그의 "세속도시"가 사회에서 점점 영향력을 잃어가는 종교를 우려해서
펴낸 책이었다면 그로부터 20년뒤에 나온 "세속도시의 종교"는 70년대
후반부터 현대사회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는 종교를 다루고 있다.

또 지난해 "영성.음악.여성"에서는 오늘날의 종교부흥추세를 주제로
삼았다.

기독교는 성령운동이 주가 되고 여성과 음악이 그 운동을 확산시키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오는 23일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방한한다.

멈출줄 르고 성장을 거듭하는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성공 돈 건강
권력이라는 세속주의적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비판을
할지 궁금하다.

그것들 역시 그가 가장 증오하는 인간이 만든 또 하나의 우상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