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14일 무역적자 해소 종합대책을 건의하고 나선 데에는
최근의 급격한 수출부진과 이로인한 무역적자 확대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을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이번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무역수지 동향을 보면 수출은 1.4분기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2.4분기에는 증가율이 4%로 고꾸라졌고 급기야 지난달
에는 감소세에까지 이르렀다.

반면 수입은 올들어 7월말까지 12%가 증가, 두자리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 1~7월중 무역적자는 1백3억달러로 이미 작년 한해의 적자폭
(1백1억달러)을 넘어섰다.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같은 추세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엔화약세의 영향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면서 주력 수출상품의 대일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전망이고 철강 화학제품 등의 해외시장 재고도 해소
기미가 안보이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도 수출단가가 작년의 2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수출물량확대
(전년대비 1백%이상 증가)로 간신히 버티고 있으나 이제는 더이상 물량확대
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처럼 절박하기에 이번에 무협이 내놓은 대책에는 수출현장의
절실한 요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우선 업계가 당장 갈구하는 것은 원화가치의 절하이다.

한국 수출산업의 숨통은 뭐니뭐니 해도 아직은 가격경쟁력뿐이고 이를
일시에 확보하는 수단은 환율인상 뿐이기 때문이다.

협회조사결과 수출업체들이 바이어로부터 요구받는 개선사항중 으뜸이
가격인하(53%)라는 점만 봐도 가격경쟁력이 얼마나 절실한 요구사항인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수출주력품목은 대부분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데도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4.5%정도 고평가돼 있어 "마치 모래주머니를 달고
경주하는 것 같다"는게 요즘 업계의 심정이다.

업계는 또 수출관련 행정규제의 완화 내지 폐지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위한 자본시장 개방확대에도 불구하고
외환부문 등에 대한 행정규제가 상존,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요인이 되고
있어서다.

그중 대표적인게 외상수입(연지급수입) 허용기간이나 수출선수금 영수비율
문제이고 특정거래에 대한 수출승인제도 등도 폐지돼야할 규제로 지목되고
있다.

협회는 이같은 단기대책과 함께 중장기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중장기과제의 촛점은 <>고금리 <>고임금 <>고지가 <>고물류비용 <>고행정
규제 등 이른바 "5고"의 해소에 맞춰져 있다.

이들 5고야 말로 한국경제의 근본적 문제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원인
이기 때문이다.

중장기과제의 두번째 사항은 수출과 관련된 제도적 인프라의 확충이다.

이를테면 수출보험기금을 확대해 수출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든지 수출업체들의 연구개발에 대해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 등이다.

한편 협회가 내놓은 이같은 대책들은 고꾸라진 수출을 당장 곧추세울 수
있는 "캄푸르 주사"적인 단기 처방과 수출경쟁력을 구조적으로 재건할 수
있는 장기처방을 함께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그런 점에서 정부
관계자들의 전향적인 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협회관계자는 기대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