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자본자유화 방법에 문제있다' .. 유한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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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수 < 포스코경영연 소장 >
최근 서점가에는 로마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하나를 보니 재미 있는 지적이 있었다.
로마는 그리스보다 국가 형성이 늦었지만 그리스보다 큰 나라를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그중 하나가 토론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토론이 적다보니 정책결정을 빨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책을 결정할 때 여론을 들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때로는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경제만 하더라도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자 전문가마다 한마디씩
하는 바람에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경제전망에 관한 토론이 너무 많아 좋은 정책을 못 만드는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로마식을 따를 것인지 그리스식을 따를 것인지는 정책당국이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 토론의 대부분이 우리경제가 위기라거나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는
등 총론에 대한 것이고 각론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가 없는 듯하다.
경상수지 적자, 물가, 성장률 하락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는데,
예컨대 환율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현재 달러당 환율이 810원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우리경제에
주름을 미치지 않은 탓일까.
정부의 발표를 보면 상반기의 경상수지 적자가 92억9,000만달러에
달했으므로 조만간 환율이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만약 현재의 추세대로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연말께는 환율이 상당히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환율이 올라가는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
무역수지는 큰 적자를 보이고 있지만 자본자유화 등으로 외자도입이 부쩍
늘어 자본계정의 흑자 때문에 원화절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에 외국자본이 170억2,700만
달러나 들어왔다.
이것은 작년 같은 기간중 들어온 85억9,900만달러에 비하면 98%가 증가한
것이다.
물론 상반기중 외국으로 나간 돈도 45억5,000만달러나 되기 때문에
순 유입액은 124억달러이다.
우리 돈으로 10조원에 가까운 돈이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왔는가.
개인기업을 하는 경우에 장사를 해서 적자를 냈다면 돈을 꾸어 이를
메울 수밖에 없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수출로 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화가 증발되면 당연히 물가 금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들어온 만큼의 돈이 나갈 길을 열어주는게 옳다.
자본의 유입과 유출을 자유롭게 터주는 것이 자본자유화이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자본자유화를 더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자유화가 외국인 위주의 일방통행이라는 점이다.
내국인에 대해서는 자본자유화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법인들은 그나마 해외부동산에도 투자할 길이 열려 있다.
그러나 개인은 콘도 등 비업무용 부동산에 투자할 수 없다.
해외여행도 경비를 얼마 이상 쓰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등 엄포를
놓고 있다.
기업들이 해외연수를 보내는 경우에도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자제해야지"
하는 식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사치는 어느나라, 어느시대든 바람직하지 않다.
과소비나 자본의 해외탈출 등도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근검절약정신을 강조하는 것과 경제정책으로 개인생활을 규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첫째는 거시정책의 효과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쪽에서는 통화관리를 걱정하면서 한 쪽에서는 통화관리를 어렵게 하는
정책을 써서는 안된다.
둘째는 정책이 경제의 단기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면 결국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자본 자유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외화의 유입과 유출이 균형을 이루어
통화관리에도 압력이 덜 오게 된다.
그런데 현행 정책은 자본의 유입은 허용하되 유출은 극도로 억제하는
식이라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제수지 적자가 늘어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올려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장기적인 처방이다.
따라서 정책대안도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만들어 져야 한다.
해외관광을 규제하고 카드사용 한도를 규제한다는 것은 지극히 단기적
처방이다.
이런 단기처방은 상황이 바뀌면 다시 바뀔 수밖에 없다.
카드상용 한도를 올려야 하고 해외관광 규제도 풀어야 하고 세무조사도
완화해야 한다.
이래서 온탕.냉탕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내국인에게 자본이동의 자유를 허용해 주면 물론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가 곤란하므로
조세형평에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종합소득세나 금융실명제 등이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경제가 글로벌해지면서 선진국에서도 금융실명제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자유화가 되어있는 나라에서는 국내예금에 대한 이자소득 세율을
올리면 홍콩이나 스위스 등 예금에 대해 비과세하는 나라로 자본이 이동해
버린다.
몇년전 미국에서도 증권거래세를 올렸다가 국내자본이 대거 유러시장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른바 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이런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글로벌 경제의
코스트이다.
이것을 국내법이나 규제로 막아보겠다고 하면 부작용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더 큰 정책효과를 노리는 자세가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
최근 서점가에는 로마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하나를 보니 재미 있는 지적이 있었다.
로마는 그리스보다 국가 형성이 늦었지만 그리스보다 큰 나라를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그중 하나가 토론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토론이 적다보니 정책결정을 빨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책을 결정할 때 여론을 들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때로는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경제만 하더라도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자 전문가마다 한마디씩
하는 바람에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경제전망에 관한 토론이 너무 많아 좋은 정책을 못 만드는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로마식을 따를 것인지 그리스식을 따를 것인지는 정책당국이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 토론의 대부분이 우리경제가 위기라거나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는
등 총론에 대한 것이고 각론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가 없는 듯하다.
경상수지 적자, 물가, 성장률 하락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는데,
예컨대 환율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현재 달러당 환율이 810원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우리경제에
주름을 미치지 않은 탓일까.
정부의 발표를 보면 상반기의 경상수지 적자가 92억9,000만달러에
달했으므로 조만간 환율이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만약 현재의 추세대로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연말께는 환율이 상당히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환율이 올라가는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
무역수지는 큰 적자를 보이고 있지만 자본자유화 등으로 외자도입이 부쩍
늘어 자본계정의 흑자 때문에 원화절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에 외국자본이 170억2,700만
달러나 들어왔다.
이것은 작년 같은 기간중 들어온 85억9,900만달러에 비하면 98%가 증가한
것이다.
물론 상반기중 외국으로 나간 돈도 45억5,000만달러나 되기 때문에
순 유입액은 124억달러이다.
우리 돈으로 10조원에 가까운 돈이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왔는가.
개인기업을 하는 경우에 장사를 해서 적자를 냈다면 돈을 꾸어 이를
메울 수밖에 없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수출로 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화가 증발되면 당연히 물가 금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들어온 만큼의 돈이 나갈 길을 열어주는게 옳다.
자본의 유입과 유출을 자유롭게 터주는 것이 자본자유화이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자본자유화를 더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자유화가 외국인 위주의 일방통행이라는 점이다.
내국인에 대해서는 자본자유화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법인들은 그나마 해외부동산에도 투자할 길이 열려 있다.
그러나 개인은 콘도 등 비업무용 부동산에 투자할 수 없다.
해외여행도 경비를 얼마 이상 쓰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등 엄포를
놓고 있다.
기업들이 해외연수를 보내는 경우에도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자제해야지"
하는 식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사치는 어느나라, 어느시대든 바람직하지 않다.
과소비나 자본의 해외탈출 등도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근검절약정신을 강조하는 것과 경제정책으로 개인생활을 규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첫째는 거시정책의 효과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쪽에서는 통화관리를 걱정하면서 한 쪽에서는 통화관리를 어렵게 하는
정책을 써서는 안된다.
둘째는 정책이 경제의 단기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면 결국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자본 자유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외화의 유입과 유출이 균형을 이루어
통화관리에도 압력이 덜 오게 된다.
그런데 현행 정책은 자본의 유입은 허용하되 유출은 극도로 억제하는
식이라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제수지 적자가 늘어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올려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장기적인 처방이다.
따라서 정책대안도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만들어 져야 한다.
해외관광을 규제하고 카드사용 한도를 규제한다는 것은 지극히 단기적
처방이다.
이런 단기처방은 상황이 바뀌면 다시 바뀔 수밖에 없다.
카드상용 한도를 올려야 하고 해외관광 규제도 풀어야 하고 세무조사도
완화해야 한다.
이래서 온탕.냉탕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내국인에게 자본이동의 자유를 허용해 주면 물론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가 곤란하므로
조세형평에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종합소득세나 금융실명제 등이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경제가 글로벌해지면서 선진국에서도 금융실명제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자유화가 되어있는 나라에서는 국내예금에 대한 이자소득 세율을
올리면 홍콩이나 스위스 등 예금에 대해 비과세하는 나라로 자본이 이동해
버린다.
몇년전 미국에서도 증권거래세를 올렸다가 국내자본이 대거 유러시장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른바 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이런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글로벌 경제의
코스트이다.
이것을 국내법이나 규제로 막아보겠다고 하면 부작용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더 큰 정책효과를 노리는 자세가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