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수 < 한외종금 M&A팀 부장 >

아르헨티나에서 온 구스타포는 필자의 스위스 유학시절 붙임성이
많아 인기있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네슬레 사례 토의후 그는 꽤나 곤혹을 치렀다.

사연인즉 네슬레가 해외투자후 퇴출이 거의 불가능한 아프리카지역에서
문제가 생겨 철수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구스타포는 엉뚱하게 공장에
화재를 내 보험금을 수령하여 철수하자는 안을 제시, 윤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윤리적 문제는 기업경영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요즈음
기업인수 과정에서는 매우 우려할 정도이다.

예컨대 일부 M&A전문회사는 주식매집을 통하여 주가 왜곡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매집한 주식으로 경영권을 위협하여 대주주에게 고가매수를
강요하는 소위 그린메일 (Green Mail)을 악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사채업자나 비자금과 결탁하여 매집한 주식으로 그린메일
방법외에 아예 제3자 인수를 추진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심지어 폭력조직과도 연계되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또 일반 투자자들이 획득하기 어려운 기업인수 관련 내부자정보를
기초로 기업인수관계자들이 발빠른 주식매매를 통해 뒤늦게 동참한
일반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가하면 일부 대주주는 법인명의의 주식을 개인명의로 저가구입하여
고가로 제3자에게 되팔아 개인적으로 차익을 부당하게 남기기도 한다.

이제 시작 단계인 M&A시장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킨점이 없지 않으나 한국에서 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또
일반투자자의 보호차원에서 볼때 M&A관계자들의 윤리의식 결여는 우려할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얼마후 구스타포는 학생들과 다시 어울리게 되었으나 학우들의 따가운
눈총은 여전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