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기획] 한국 비메모리반도체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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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업계는 왜 비메모리 반도체를 못하나"
올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맥을 못추자
국내 산업계가 던지는 의문이다.
일본메이커들이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비메모리 반도체를 등에
업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반면 메모리 밖에 할 줄 모르는 한국업계는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기업들이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어
한국업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 후지쓰는 8천억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회사가 비메모리 전용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14년만이다.
이밖에 도시바 NEC등도 비메모리 사업 강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업계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구조가 6대4정도로
안정돼 있다.
이런 일본기업들도 물꼬를 비메모리 강화쪽으로 틀고 있는데 한국기업들은
예나 지금이나 메모리 반도체에만 목을 매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이는 국내에 비메모리 반도체 전용 생산라인이 하나도 없는 것에서나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반도체3사가 예정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모두 메모리 분야에 집중돼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업계가 비메모리 사업의 싹조차 틔우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국내 산업구조가 개발동기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특징은 특수용도로 사용된다는 데 있다.
이는 PC나 TV 등과 같은 세트제품과 연결해서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실과 바늘"의 관계다.
그러나 국내에는 PC나 TV를 만드는 조립기술은 있지만 핵심부품과 관련된
독자적 시스템을 개발할 기술은 없다.
따라서 국내반도체업계는 개발하고 싶어도 수요가 없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둘째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인력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은 설계기술이 결정한다.
누가 제품을 더 많이 찍어내느냐로 결정되는 메모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국내에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또 다른 요인은 국내에 기초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개발하고 싶어도 장비나 소재가 없는데 어떻게 실험을 할 수 있겠느냐"
(김치락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는 것.
반도체는 기술발전속도가 빨라 첨단장비가 없으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
하다.
그런데 국내 반도체 공장의 장비 국산화율은 10%가 안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라고 하는 것은 망치도 없는데
집만 지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국내업계가 비메모리 분야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3사는 해외 시스템 제조업체들과 잇달아 제휴를 맺으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수혈받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은 해외업체가 개발한 시스템 설계기술을 들여다 반도체를 만드는
역할 분담체제를 구축중이다.
현대는 아예 회사를 매입해 칩개발 체제 자체를 도입하고 있으며 LG반도체
는 제조 라이선스를 사들이고 있다.
각기 방식은 다르지만 메모리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업계의 비메모리 사업 강화 전략은 커다란 허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전자전문지인 마이크로 디바이스는 최근호에서 한국업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탈D램"에만 집착하고 있지 "탈PC"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꼬집은
것.
사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종목에 관계없이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김부회장).
그러나 한국업체는 시장성이 상대적으로 큰 PC분야의 ASIC(주문형 반도체)
등 몇개 제품에만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은 특정 제품에만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전방위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한국
반도체는 모래성과 같다"는 비아냥이 계속 따라 다닐게 분명하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
올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맥을 못추자
국내 산업계가 던지는 의문이다.
일본메이커들이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비메모리 반도체를 등에
업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반면 메모리 밖에 할 줄 모르는 한국업계는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기업들이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어
한국업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 후지쓰는 8천억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회사가 비메모리 전용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14년만이다.
이밖에 도시바 NEC등도 비메모리 사업 강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업계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구조가 6대4정도로
안정돼 있다.
이런 일본기업들도 물꼬를 비메모리 강화쪽으로 틀고 있는데 한국기업들은
예나 지금이나 메모리 반도체에만 목을 매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이는 국내에 비메모리 반도체 전용 생산라인이 하나도 없는 것에서나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반도체3사가 예정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모두 메모리 분야에 집중돼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업계가 비메모리 사업의 싹조차 틔우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국내 산업구조가 개발동기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특징은 특수용도로 사용된다는 데 있다.
이는 PC나 TV 등과 같은 세트제품과 연결해서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실과 바늘"의 관계다.
그러나 국내에는 PC나 TV를 만드는 조립기술은 있지만 핵심부품과 관련된
독자적 시스템을 개발할 기술은 없다.
따라서 국내반도체업계는 개발하고 싶어도 수요가 없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둘째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인력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은 설계기술이 결정한다.
누가 제품을 더 많이 찍어내느냐로 결정되는 메모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국내에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또 다른 요인은 국내에 기초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개발하고 싶어도 장비나 소재가 없는데 어떻게 실험을 할 수 있겠느냐"
(김치락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는 것.
반도체는 기술발전속도가 빨라 첨단장비가 없으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
하다.
그런데 국내 반도체 공장의 장비 국산화율은 10%가 안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라고 하는 것은 망치도 없는데
집만 지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국내업계가 비메모리 분야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3사는 해외 시스템 제조업체들과 잇달아 제휴를 맺으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수혈받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은 해외업체가 개발한 시스템 설계기술을 들여다 반도체를 만드는
역할 분담체제를 구축중이다.
현대는 아예 회사를 매입해 칩개발 체제 자체를 도입하고 있으며 LG반도체
는 제조 라이선스를 사들이고 있다.
각기 방식은 다르지만 메모리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업계의 비메모리 사업 강화 전략은 커다란 허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전자전문지인 마이크로 디바이스는 최근호에서 한국업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탈D램"에만 집착하고 있지 "탈PC"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꼬집은
것.
사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종목에 관계없이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김부회장).
그러나 한국업체는 시장성이 상대적으로 큰 PC분야의 ASIC(주문형 반도체)
등 몇개 제품에만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은 특정 제품에만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전방위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한국
반도체는 모래성과 같다"는 비아냥이 계속 따라 다닐게 분명하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