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무역을 통해서 세게가 놀랄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우리의 무역역사는 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해방과 함께 찾아온 남북분단의 충격과 그리고 한국전쟁은 모든 것을
초토화시켰지만 우리는 수출을 통해 경제를 다시 일으켰다.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였던 가난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선진국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반세기전 우리의 수출은 불과 300만불이었지만 이미 작년에 1,000억불을
돌파하였다.

그 당시에는 수출할 것이 없어서 겨우 중석과 일부 농산물, 활선어 등
수산물과 같은 1차 산품 몇가지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반도체 조선 철강
기계 그리고 석유화학제품의 전형적인 선진국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한국을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의 위치에 올려놓았고
우리는 이제 다시 세계무역 G7의 고지를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짧은 기간에 이와같은 비약적 경제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세계적
자유무역의 조류와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발의지, 그리고 경제발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강한 집념과 협조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경제환경이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고 산업구조가 크게
바뀌는 동시에 국내 사회구조가 불균형상황으로 변질되면서 경쟁력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면 지금 한국경제를 둘러싼 문제는 무엇인가?우선 눈앞에는
저성장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인플레의 조짐을 미리 제거하며
국제수지적자를 개선해야하는 단기적과제가 놓여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쟁력강화라고 하기보다 근본적인 전략에 초점을
맞추어 문제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안고있는 근본적인 문제중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고비용구조이다.

임금 금리 토지 물류 행정규제 등이 높아 경쟁국에 비해 훨씬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확보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저효율의 문제이다.

모든 부문에서 생산성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저효율구조를 초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화하는 과정에서 균형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양면서에서 지나치게 자유와 평등만 강조한
나머지 책임과 질서라는 균형적발전이 깨지면서 깊은 노사갈등을 초래하게
되었다.

또 사회의식면에서도 국제경쟁력과 삶의 질이라고 하는 두가지 목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낭비와 비능률이 초래되고 과소비가 확대되면서 삶의
질을 왜곡하는 그릇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문에서 사회 각계층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로 정치는 경제를 도와주는 위치에 서야 한다.

냉전종식으로 세계 모든 나라는 경제중심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도 우선 순위를 국가경쟁력에 두고 정치는 이를 가능케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많은 부문에서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일본이 과거 서유럽을 따라가기 위해 정부가 기업을 적극 도와준 것이
좋은 교훈이다.

넷째 민간주도경제의 강력한 추진이 요구된다.

시장경제의 발전은 정부의 간섭은 축소하고 기업의 창의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WTO체재는 바로 이것을 촉구하는 구상이며 OECD가입도 이런 선택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작은 정부의 실천만이 규제완화를 가능케 할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가능해지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소비자의
역할도 동시에 강조되어야 한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책임에 못지않게 소비자의 저축없이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상과 같은 국내외 경제환경속에서 세계무역 G7을 목표로 하는
한국무역이 담당할 새로운 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무역선진화의 달성이다.

현재의 관리나 통제위주의 무역제도로서는 무한경쟁시대에 대응할수
없다.

따라서 인터넷과 EDI의 확대등을 통해 전자정보산업화체제를 조속히
달성하고 모든 무역관리및 절차를 이에 따라 추진하여 나가야 한다.

둘째 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의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무역의 장기확대균형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두가지 정책을 가장 조화로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WTO체재하에서 무역의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중요시
된다.

셋째, 통상활동의 적극적 추진이다.

한국의 무역규모가 커지고 시장개방을 통해 국내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통상문제도 자주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 국제규범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문에서 통상마찰의
공격을 받고 있지만 개방속도에 대한 외국과의 시각차이가 크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을 이해시키는 사회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통상문제에서 우리 국민들이 배타적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한
문제의 하나로 생각된다.

즉 외국의 통상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외국상품을 선호하는 이중성이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언론은 이와같은 국민의 배타적정서를 어떤 경우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넷째, 21세기형 기업전략의 실천이다.

21세기 우리경제와 무역의 핵심주체는 기업이다.

경제의 성과나 선진국진입은 기업의 경영성과에 달려있다.

즉 세계일류를 목표로 한 공격적 경영, 국제기업간 전략적 제휴,
고객만족주의 실현, 통상활동에의 적극적 참여등을 효율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끝으로 경제단체의 역할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다.

21세기 선진무역대국으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무역제도의 선진화와 함께
경제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민간주도형 경제구조가 촉진될 경우 "불특정다수의 대표적
기관"으로서 경제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모든 무역부문에 대한 무역협회의 책임이 막중하다.

앞으로의 WTO체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기능의 제약성으로 협회가 담당할
일이 그만큼 확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무역협회의 기능은 앞으로 또 50년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무역대국의 실현과 직결되는 사명을 띄고 있다.

계속적인 무역인프라 조성과 무역정보의 제공, 민간통상활동 주관,
무역전문인력양성, 중소기업활동 지원등 그 책임이 막중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기 위해 먼저 협회 스스로 새로운 차원의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면서 공익성과 수익성을 조화시켜 무역대국건설의 산실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역업계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한마음으로 결집해야 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