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전철로 출퇴근하던 IHI사장.
집이 낡아 가끔 문이 안열릴 때면 미리 뚫어놓은 개구멍으로 출입했다는
도시바사장.
일본 재계총리라는 경단련회장에 추대됐을 때 도시바임원들이 "낡아빠진
구두를 바꿔드리자"며새 구두를 선사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사람.
그가 바로 일본재계의 표상 도코 도시오 회장이다.
4.5평의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오이 가지 토마토등으로 만든 주스와
야채조림으로 아침식사, 메밀국수 한장의 점심, NHK에 소개돼 유명해진
정어리말림과 된장국의 간소한 저녁식단으로 91년을 장수한 그의 일생은
"재계의 우악스런 중"이라는 별명처럼 종교인으로까지 보이게 한다.
도코회장은 경영 위기에 빠진 IHI 도시바사장에 취임한뒤 철저한 인간중심
경영으로 두 회사를 훌륭하게 재건, 세계적인 회사로 발전시킴으로써
현재까지 "일본 최고의 경영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또 경단련회장시절 정치헌금을 중단,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던
용기있는 사나이다.
국가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85세때부터 5년3개월간 임시 행정조사회
위원장으로서 낡고 비대했던 행정조직을 합리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스즈키,
나카소네총리 2대에 걸쳐 끊임없이 충돌하며 노구를 불태우기도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2시간동안 일본 전역의 신문을 섭렵하고 언제나 책을
들고 다니는 독서광으로도 유명했던 도코회장은 일생동안 "개인은 검소하게,
사회는 풍요롭게"라는 어머니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나는 21세기까지 살아있지 않겠지만 손자나 증손의 시대를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21세기를 향해 씨를 뿌리는거다"라는 경단련회장 퇴임연설은 그의 진면목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재계에도 그같은 거목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