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골칫거리 쿠바가 올들어 고속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이 대쿠바경제제재강화를 목적으로 "헬름스-버튼법"을 발효시켰음에도
불구, 쿠바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카를로스 라제 쿠바부통령은 23일 상반기 경제실적보고서를 발표하고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선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중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6%나 증가했다.

이 수치는 초고속 성장세를 누리는 아시아국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것이다.

막강한 후원자였던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교역국들의 대거 이탈 및 원조
삭감으로 쿠바의 GDP상승률은 지난 89년부터 94년까지 마이너스 34%로
곤두박질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2.5% 성장을 기록한 쿠바경제는 오랜 침체의 늪을 탈출,
올해에는 급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

성장세의 배경에는 효과적인 정책과 노동생산성향상(8%), 농수산물 생산
및 관광수입 급증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주력수출품목인 설탕의 경우 이 기간중 수확량이 전년동기대비 33%나 급증,
4백45만t을 기록했다.

감귤류생산과 어획고도 각각 34%와 74%가 폭증했다.

또 다른 수출주력품인 담배(16%)와 니켈(31%) 생산도 동반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로써 총수출증가율은 30%, 수입증가율은 50%에 이르렀다.

관광객수도 46%나 늘어났고 이로 이한 수입도 38% 증가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긴축정책으로 재정상태도 호전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헬름스-버튼법으로 경제제재를 강화한 상황에서 이같은 성장을
거뒀다는 점에서 미국의 조치가 큰 효과를 못 거뒀음을 반증하는 것.

라제부통령은 미국의 헬름스-버튼법은 "미국의 거대한 힘과 동시에 한계성을
보여 줬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지난 60년부터 경제제재조치를 취해온 미국은 자국경비행기가 쿠바근해에서
격추된 직후인 지난 3월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헬름스-버튼법이라는 법을 제정,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법은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인에게 미국입국을 금지시킬 수 있는 조항까지
삽입하며 "국제적 악법"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각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내년 1월 이후로 발효일이 연기됐지만 헬름스-
버튼법이 쿠바경제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대쿠바투자를 약속한 일부 서방기업들이 미국의 법안발효후 당초
계약을 철회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쿠바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는 지난 3월이후 25개 서방기업들이 대쿠바투자를 계약했고 약 143개
기업이 투자협상을 진행중이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2백40개 서방기업이 쿠바에 합작회사를 개설하고
있다.

현재 쿠바는 지난 94년 부분적인 시장경제정책을 도입,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개인영업을 허용, 지난해말까지 20만8천명에게 음식점,
자전거수리점 등을 운영토록 조치했다.

또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농산물 상설시장도 개설했다.

민영농산물시장은 올 상반기중 활발한 거래로 매출액이 27% 늘어났지만
가격은 오히려 35%나 떨어졌다.

지난 59년 카스트로혁명이후 미국의 턱밑에서 언제나 반기를 들어온 쿠바가
미국의 압력속에서 이같은 성장세를 얼마나 지속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