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대통합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대적인 노사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한국노총과
법외단체인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대통합을 위한 물밑접촉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사관계 개혁위원회에 노동계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근 노사쟁점사항에 대한 공동보조를 취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통합논의에 착수했다.

특히 두단체내부의 통합론자들이 수시로 접촉을 갖고 통합수준과 시기 등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상급단체는 빠른 시일내에 공식연대기구를 발족, 노개위에서의
정책연대와 함께 통합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재 양측의 대화채널은 노총내 조직2국과 민노총내 대외협력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두단체는 통합에 대한 총론에만 합의, 각론에는 약간의
이견이 있는 상태이지만 이미 두단체가 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선언한데다 박인상 노총위원장과 권영길 민노총위원장간 신뢰관계도
두터워 노동계통합전망은 상당히 밝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양측은 또 지난 6월 한국합섬 파업때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을 위해
처음으로 공동투쟁에 나섰는가 하면 노개위에서 변형근로시간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등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정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책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 마산.창원지역에 파다하게 번지고 있는 한국노총산하
금속노련과 민주노총산하 금속연맹간 조직통합얘기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유재섭 전국금속노련위원장이 평소 친분이 있었던 문성현 금속연맹
부위원장에게 "당장 상급단체간 통합이 어려울 경우 금속노조라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제의한데서 비롯됐다.

유위원장은 나아가 지난 10일 금속노련주최로 여수 노총중앙교육원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강연을 요청했고 문부위원장은 이를 수락했다.

문부위원장은 한국노총산하 금속노련간부들이 대거 참석한 이 세미나에서
"현재 전국에 두개의 전국적인 노조조직이 있으나 앞으로 하나의 전국조직,
하나의 산별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노동계통합의 시작단계이며 금속노조의 통합이야말로
노동계의 진정한 통합이라 생각한다"고 강조, 참석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문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또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노총산하 노동운동가들의 처지를 인정하며 지금까지 노총의
운동노선을 무조건"어용"이라 비난해온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
두단체간 적대적인 관계의 청산을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 노총과 민노총간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아래 양대 조직의 핵심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또 민주노총의 핵심브레인이자 재야노동계 인사가 처음으로 한국노총의
행사에 참석, 강의를 한 점은 두단체가 상당한 정도의 교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