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어쩔수 없이 마시게 되는 술.

바이어를 대접하기 위해서 혹은 직장부서간 화합을 위해 술은 일상적인
코스로 등장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이거나 동창회등 잦은 모임에서도 알콜은 기본.

때문에 직장인들은 항상 술에 절어있게 마련이다.

신세대 직장인은 그러나 술을 마셔대지 않는다.

즐길 뿐이다.

술은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삶의 활력소이지
사생결단하듯이 마셔대는게 아니다.

실속있게 마실줄도 안다.

신세대 직장인들은 그래서 직장 음주문화를 재미있게 만들어간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는 때는 부서회식.

예전과 달리 회식에서는 술잔이 그리 많이 돌지 않는다.

자기 주량에 맞게끔 술을 마신다.

한때는 소주보다는 맥주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꿀을 탄 소주나
체리소주 등 고급화된 소주가 인기다.

직장상사나 선배가 술값을 뒤집어쓰는 일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직장에서 나온 회식비가 모자라면 돈을 걷는다.

2차를 가면 반드시 더치페이한다.

LG정유 카드사업부의 탁동헌씨(29)는 "신입사원은 신고식이라고해서
첫회식때 많은 술을 마시곤 했지만 이제는 능력껏 마신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다"는 말로 달라진 음주문화를
설명한다.

2차를 갈때부터는 신세대의 개성이 뚜렷이 나타난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노래방을 가거나 맥주를 마시러 간다.

호프집보다는 맥주전문점이나 대학근처 카페를 주로 찾는다.

동부증권에 근무하는 김소정씨(25.여)는 호텔바를 애용한다.

이름있는 와인이나 칵테일도 만끽할 수 있지만 다트게임도 하고
포켓볼도 칠수 있어서다.

조선호텔 지하의 "오킴스", 리츠칼튼호텔의 "닉스앤녹스",
인터컨티넨탈호텔바인 "헌터스터번"등이 그녀가 자주 가는 곳이다.

기아자동차 기획실의 김현대리(31)는 주량은 적지만 적당히 술을
즐기고 싶어하는 신세대.

그는 대화도 나눌수 있고 분위기도 느낄 수 있는 레게바 재즈바
칵테일바등을 즐겨 찾는다.

대화내용으로 업무얘기는 가급적 삼간다.

1차 회식자리에서 직장과 관련해 숨김없이 얘기를 나눴다.

불만도 말했고 개선점도 표명했다.

2차부터는 인간적인 대화나 장래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싶다.

여자얘기는 빠지지 않는 주제.

가끔은 진하게 마시고 싶어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도 간다.

반드시 맘에 드는 동료와 가지만 더치페이의 원칙은 지킨다.

신세대 직장인은 또 폭음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찍 술자리를 끝낸다.

3차까지 가더라도 늦어도 밤11시반이면 일어선다.

12시를 넘기면 버스 지하철등이 끊기기 때문이다.

택시는 잡기도 힘들지만 비용도 만만치않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할일이 많은 신세대들은 노는 것도 좋지만 절제할줄도 안다.

새벽시간엔 수영 혹은 영어회화를 배워야한다.

하룻밤을 즐기기위해 다음날의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게 신세대의
생각이다.

직장의 음주문화가 신세대들에 의해 서서히 정화(?)되고 있는 것이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