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재개발조합 임원 16명과 건설회사 관계자 등 23명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공사수주 또는 건설단가 책정과 관련, 거액의 뇌물을 주고 받은 혐의다.

이런 유형의 재개발부정은 드러난 것만도 수없이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재개발조합이건 비슷한 유형의 뒷거래가
없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건설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재개발사업 추진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앞으로도 서울 등 대도시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계속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서울의 경우 이미 끝난 곳도 적지 않고 현재 사업이 진행중인 곳만도
70여곳에 이르지만, 도시 미관상 그냥 둘수 없는 불량주택 밀집지역이
아직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회사 입장에서 보면 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는 빈 땅이 없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 의존을 늘려나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뇌물을 받고 건설단가를 올려주는 등의 재개발 비리에 따른 피해자는
그 조합원에 그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더욱 힘겹게 하는 등 전체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게 된다.

감독관청이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재개발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근본적으로 재개발조합의 인적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지역내에 거주하던 주민중 직장과 직업이 분명한 사람은 재개발조합
일을 맡을 수 없게 마련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 일을 해나갈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바로 그 틈새를 "직업적인 재개발꾼"이 파고들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틈새를 줄이고 재개발조합의 재량권을 축소하는 것이
비리를 줄이는 길이 된다.

지난 10일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 재개발사업 지정이후 매입자에겐
조합원자격을 주지 않기로 한 것도 그런 시각에서 바람직하다.

이와 동시에 그 지역에 실제로 일정기간 이상 거주한 사람이어야
조합장을 맡을 수 있게 하고, 자주 소집할 수 없는 조합원총회 기능을
일정범위 내에서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는 감독기구를 이사회와 별도로
구성하는 등 조합내의 자정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공사 발주와 단가조정에 비리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해당 구청의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

시공업자 선정은 구청의 감독하에 복수 사업자가 참여하는 공개
경쟁입찰로 하도록 제도화하고, 설계변경 물가상승에 따른 단가 재조정은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 조합원변경 경계조정 등 재개발사업 추진절차를
간소화한 것은 사업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비리가능성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소지가 크다.

재개발구역 지정후 4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도록 돼 있는
것을 1~2년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 등이 신속한 추진을 위해서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지구지정에 앞서 행정 조직을 통해 주민들의 의사를 대체로 확인할
수 있다고 볼 때 사업시행 인가까지 4년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