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황제 루퍼트 머독(65)의 왕성한 식욕이 언제쯤 식을 것인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레이션그룹이 미국의 TV방송국운영업체 뉴월드사를
집어삼켜 세계미디어계에 또 한번 경악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역시 "미디어계의 식인상어" 답다는 반응들이다.

뉴스사는 17일 뉴월드를 24억8천만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뉴월드는 미국내 12개의 TV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중견방송그룹으로
루퍼트 머독은 이중 10개 방송국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2개 방송국은 NBC가 매입추진중이다.

루퍼드 머독은 이로써 지난 85년 영화사인 20세기폭스를 인수한뒤 11년만에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국방송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20세기폭스는 루퍼트 머독의 손에 넘어간뒤 사업의 무게중심을 영화제작및
배급에서 TV방송을 포함한 종합미디어오락사업으로 옮겨 현재 미전역에
12개의 방송국을 거느리고 있다.

여기에다 이번에 뉴월드의 10개방송국이 합쳐질 경우 폭스소속 TV방송국은
22개로 늘어난다.

이들 22개방송국의 유료가입시청자수와 시청률 등을 합산하면 폭스는 이제
9천5백만가구의 미공중파TV시장에서 40%선을 차지, 현재 32%로 최대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CBS를 앞지르게 된다.

CBS NBC ABC가 수십년동안 누려 왔던 미공중파 네트워크시장의 삼국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루퍼트 머독은 이처럼 뉴월드를 인수, 미국방송시장 장악함으로써 "세계
미디어계의 천하통일"이라는 자신의 꿈에 성큼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방송시장은 자체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세계미디어계 주도권향방을
가름할 수 있는 곳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미 "더타임즈"와 "더선" 등 영국 유력신문과 위성TV방송
"B스카이B" 등을 통해영어권 미디어시장을 평정한 상태여서 미방송시장만
점령하면 영어를 매개로 하는 미디어시장에선 확실한 황제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는게 루퍼트 머독 자신의 판단이기도 했다.

뉴월드이 인수가격이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의 15배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17일 계약성사를 발표한뒤 머독의 얼굴 표정에 포만감
으로 가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인지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