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현대증권 사장>

세계에서 대표적인 산업들을 골라, 각 산업별로 전세계 나라들의
순위를 매겨보면 우리나라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조선, 유화(에틸렌), 가전, 반도체 등은 세계에서 5위 이내에 손꼽히고,
철강, 자동차, 섬유, 기계 등 10위 이내에 드는 산업도 다수찾아볼 수 있다.

관광이나 금융산업 등 순위가 뒤떨어지는 산업도 있으나, 이렇게
세계적으로 중요한 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나라도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이와 같은 경쟁력이 여러 가지로 위협받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른 채 지내다가 정작 문제가 커진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부문의 개방화, 자유화로 남들과 우리 자신을
비교해 보고 자각할 기회를 많이 갖게 됐다.

또한 과거보다 훨씬 언론이 활성화되어 잘못된 점이 그때 그때 바로
지적된다.

우리의 산업 발전에 따라 치유 능력도 발달해서, 문제가 파악되기만
하면 조기치료로 완치가 충분히 가능해졌다.

현대 의학으로 초기 암정도는 거의 완치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어려울 때마다 합심 노력하여 난관을 극복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세계 지도의 조그만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나라, 6.25 동란으로 폐허가
되었던 나라,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가 오늘날 외국 사람들도 놀라워
할 정도로 이렇게 성장한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그룹은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그룹들이 어려운
상황아래서도 예정된 투자계획을 진행시키고 있고, 정부에서도 다각도로
어려움을 극복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본다.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제 몫을 해나가면 정작 우리나라만한 나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02년 월드컵 유치는 우리의 대운이 계속 살아있다는 계시아닌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