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공단 일대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서 공단주변 마을이 사람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이와 관련, 여천시 당국은 전남도및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해 주민의
단계적 이주대책과 환경오염 저감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허경만 전남도지사는 13일 공단의 환경오염이 계속 심해진다면
공단폐쇄를 고려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의 집단이주나 공단폐쇄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환경오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외친 것이 언제인데 주민의 집단이주
또는 공단폐쇄를 말할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환경오염을 방조하거나 방치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한편 환경부는 여천공단 공해실태를 향후 1년간 정밀 재조사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이주및 공해저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정기적으로 실시해온 여천지역 오염도 측정자료와 KIST
조사결과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수는 없지만 주민들은 이주를
사실상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하면서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공단주변 마을주민은 매캐한 냄새 때문에
숨쉬기도 부담이 될 지경이라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또한 공단주민의 발암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지고 있어 섬뜩함마저
느끼지 않을수 없다.

환경오염이 이 정도로까지 악화되었다면 당국은 환경평가를 제대로
실시해서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적당히 위험을 감추고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국가경제에 미치는 여천공단의 중요성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도 안된다.

여천공단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이주비 부담을 둘러싸고 정부, 지자체, 입주업체, 피해 주민간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는것 같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주비 부담을 누가
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주민 이주가 문제의 해결책도 아니다.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어떻게 되는가.

또 공단을 폐쇄한다면, 그리고 공단입주 업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다른 지역을 새로이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누구 장담할수
있는가.

급한 것은 환경오염 발생을 막는 일이다.

대기오염, 수질오염을 방지하는 시설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고 평소에는
환경오염 발생을 방치하다가 문제가 터지면 대책을 세우고 감시-감독을
강화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 않은가.

오염된 곳은 여천공단 만이 아니다.

전국의 어떤 강과 바다와 땅이 온전한가.

환경보전은 사전 관리가 중요한 것이지 사후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나
다름없다.

환경투자를 제대로 하고 투자한 시설을 제대로 가동한다면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속에서 생산증가, 경제발전이 왜 가능하지 않겠는가.

공단폐쇄는 우리가 발전을 멈추고 조용히 낙후하자는 것일 뿐이다.

여천공단을 비롯한 모든 공단, 산업시설들을 살리려는 의지와 실천
만이 문제해결의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