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 과목인 "성의 사회학"강의가 한창인 이화여대 가정관 대강의실.
200여명이 넘는 이화인들 틈바구니속에서 뜻밖에 17명의 "잘생긴
머슴아"들이 강의실 한 귀퉁이를 점거(?)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는 강사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은 진지하기만 하다.
같은 시간 계절학기 체육 과목으로 검도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포항공대
체육관.
30명의 포항공대생들이 뿜어대는 우렁찬 기합소리.
그러나 그 보다는 6명의 "어여쁜 아가씨"들이 내지르는 하이톤의
"얏"소리가 더욱 인상적이다.
95년 여름학기부터 시작돼 3학기째를 맞는 포항공대-이화여대간의
계절학기 교환수업.
이번 여름방학에는 포항공대생 130여명이 1,2차로 나누어 <>성의 사회학
<>경제와 사회 <>현대미술사 <>시민생활과 법등 7개과목을 이대에서
수강한다.
비록 수는 적지만 이화인 24명도 <>문학의 감상과 이해 <>일본어
<>체육(검도) <>전자계산입문등 4개 과목을 들으며 포항에서 여름방학을
나고 있다.
"작년 여름 처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설 때는 마치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는것 같은 이대생들의 눈초리에 어쩔줄 몰랐어요.
3학기 연속 이대에서 여름을 나다보니 이제 이대가 우리학교 같아요"
(포항공대 전산과2년 김한준군)
"포항, 포항공대, 검도, 기숙사생활 이 모든 새로운 것에 이끌렸어요.
누나 또는 동생처럼 대해주는 포항공대 남학생들의 친절에 감사해요"
(고향인 전주보다는 미지의 세계인 포항공대에서 여름나기를 택한 이대
법대 4학년 권귀숙양) 여자얘기만 나오면 극성스러워 지는 것이 남자인가.
포항공대생들에게 최고인기과목인 "성의사회학"의 경우 수강신청시
지원자가 폭주,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되는 해프닝을 빚었다.
공부외 꿍꿍이속도 있을 텐데.
"찬스는 기회"라며 배꽃밭에 과감히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기대밖이다.
포항공대의 사정상 이대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1,2학년이
주류를 이루지만 이대생들은 대부분 3,4학년때 계절학기를 선택한다.
이같은 "구조적인 어긋남"때문에 이대생들이 별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이 이대내 포항공대생들의 가장 큰 불만거리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