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유재건 부총재의 11일 국회 대표연설은 본인이 서두에서
말한대로 "화해와 통합을 위한 거국내각체제 구성"으로 요약할수 있다.

지난 50년간 누적된 권위주의적 통치, 독재, 인사차별, 부패, 각종
고질화된 부조리 등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정치적, 지역적, 민족적 화해와
통합이 절실하며 이는 거국내각체제의 구성을 통해 달성될수 있다는
것이다.

유부총재가 이날 거국내각체제를 제안한 것은 두가지 의도를 담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대통령 집권 3년5개월이 결과한 "총체적 난국"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포함한 각정파에
일종의 연대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유부총재는 우선 "김대통령은 신한국당 당적을 포기하고 정파를
초월한 거국내각체제를 구성할 것을 진지하게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대통령의 수용을 기대하기 보다는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할 만큼
국정운영이 잘못되고 있다는 야당의 현실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공세적
성격이 강하며 내년 대선에서 엄정중립을 지켜줄 것을 촉구하는데보다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망국적인 인사독점 <>일관성없는 대북정책 <>가치관의 혼란
<>경제위기등 사회 각분야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김대통령의 국가관리능력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도 제의보다는 공세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부총재는 또 "국민회의는 97년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2년간
거국내각체제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치권에 보낸 연대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내각제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 함께 권력을 분점할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유부총재는 또 오는 8월부터 본격 가동될 국회 국정조사특위와
제도개선특위에 임하는 국민회의의 입장이 매우 강경할 것임을 내비쳤다.

유부총재는 15대 총선을 "사상 유례없는 극심한, 고도의 지능적
부정선거"라고 규정하고 총선후 여권의 야권당선자 영입에 대해서도
"헌법정신을 유린한 반민주적작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검경중립화와 방송관계법의 개선은 이나라 민주주의의
진정한 정착을 위한 최우선과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두가지 쟁점에 대한 국민회의의 확고한 입장을 반영해주는
대목이다.

유부총재의 이날 연설은 그러나 대안제시 보다는 집권여당에 대한
정치공세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중소기업지원대책과 교육 환경 등 민생현안에 대한 당의 대책도 일부
언급하기는 했지만 의례적인 수준에 그쳤다.

그의 연설은 이와함께 김대중총재의 의사를 "대독"한 수준에 그쳤다는게
중론이다.

지역간 정권교체론 등 정치적 문제와 중소기업 농어촌 등 경제전반에
대한 진단도 김총재의 평소 지론과 발언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연설은 구구절절 김총재의 대권전략과 구상을 반영하고
있다.

결국 그가 김대통령에게 신한국당 당적포기와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고,
향후 선거의 공명성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촉구한 것도 김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공정한 관리자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김총재의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