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 할수 있는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출단가하락에다 엔화절하 수요국들의 수요감소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품목은 마이너스성장의 참담한 상태이기도 하다.

반도체 철강 유화등 최근들어 부진양상을 보이는 이들 산업은 경제전체의
활력과 무역수지를 일그러트리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및 수출구조의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가장 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반도체.

지난 30여년간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제1등 공신은 뭐니뭐니 해도
수출이다.

따라서 위기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헤쳐 나가는 단초
역시 수출에서 찾아야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30개 업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우선 우리나라 수출의 제1등 공신이자 최근 무역적자 확대의 주범이기도
한 반도체의 수출구조개선부터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무려 70.3% 늘어난 2백21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7.7%를 점했다.

올들어서도 1.4분기까지 전년대비 57% 증가하면서 그런대로 호조를 보였던
반도체는 지난 4월 전년대비 수출금액 자체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니 지난
5월에는 -18.0%라는 급속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반도체 가격의 급격한 하락 때문이었다.

4메가D램 가격이 5월한달새 개당 2달러가량 내려가 개당 5달러선이 됐고
16메가D램도 한달새 개당 5달러가량 뚝 떨어져 19달러 안팎에 가격이 형성
됐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및 수출이 지나치게 D램 위주인
메모리 분야에 편중되어 있어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계속 지적되어온 것이기는 하나 지금부터라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D램 분야에서는 어느나라도 오랫동안 경쟁우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봐서도 지금부터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여
나가야 한다.

또 핵심장비의 국산화와 재료의 자급등도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국내 관련
기업들 사이의 전략적 제휴등을 통한 유대강화도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반도체 처럼 급속한 수출감소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심각한 수출감소를
겪고 있는 철강산업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철강재 수출은 이미 지난해부터 다소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으나 최근들어
수출감소세가 눈에 띠게 확대되고 있다.

1.4분기만해도 2.2% 줄어드는데 그쳤으나 4월중 28.8%, 5월에는 33.4%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철강은 특히 수출가격 하락이외에 수출 물량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는 그동안 철강산업 투자가 주로 고철등을 원료로 쓰는 전기로 분야에
집중된 반면 판재류를 생산할수 있는 일관제철소에 대한 투자가 소흘했던데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철근등 조강류는 대부분 내수용으로 쓰이는데다
원료인 고철은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 수입이 늘어날수 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반면 판재류 생산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조선 가전등 판재류
수요가 큰 산업의 호황으로 판재류에 대한 수입도 늘어났다.

따라서 국내 철강산업의 잘못된 투자배분을 시정, 수출산업형인 일관
제철소의 신.증설을 늘리고 기존 전기로는 원가절감을 위한 합리화 투자에
주력해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자동차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아직까지 수출은 그런대로 3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선진국와 후발개도국 사이에서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저가 소형차 위주의 전략에서 탈피, 기술개발을 통한 신차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저임금을 무기로한 저가 전략이 이제는 한계에 부닥치고 있어 별도의
원가절감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또 해외에 생산기지를 건설, 현지화 투자를 늘리는 것도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90년대 초반의 대규모 투자로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졌던 유화제품도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올들어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데다가 감소폭도 지난 4월
-12.9%에서 5월에는 -23.9%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 개발이나 설계 촉매기술등에서는 선진국의 절반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결과다.

이같은 주력산업의 수출부진은 외형만 보면 국제시장의 수급불안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계에선 정부의 투자규제로 생산구조를 다양화하지 못한데다
외환수급을 이유로 선수금 등을 제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들어 원화가 절하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이도 뒤늦은 대응이라는게
업계의 불만이다.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규제를 풀고 수출산업구조조정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