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평택.안성 인터체인지의 톨케이트를 지나 안성쪽으로
향해 고속도로밑을 빠져나가면 바로 왼쪽에 커다란 한옥이 한 채 서있다.

녹산이라는 음식점인데 언뜻보아 비원 근처의 이 증권 하나를 옮겨나
놓은듯 찬사가 절로 나오는 걸출한 건물이다.

필자를 그곳에 최초로 데리고 간 분은 "그집의 창살무늬는 옛날
궁궐에서만 사용하는 것인데 세상이 바뀌어 이 놈의 여편네가 겁없이
사용한 것"이라고 귀뜸했다.

집주인이 여자입을 알아 차렸다.

그리고 그분은 창틀나무를 만지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돈은 많이 들였지만 좋은 목수를 구하지 못해 나무를 깎는데 손대패질을
한 것이 아니라네"

아마도 필자를 안내하는 그 어른은 나무를 만져 보고 기계대패질을
했는지 손대패로 밀었는지를 알수있는 모양이었다.

독립기념관 근처 우정힐스CC 14번홀의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상당히 많이 있다.

카트에서 내려 그린으로 올라가는 골퍼들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비단잉어들이 먹이를 달라고 때지어 몰려 들면 이내 장관을 이루곤 한다.

필자는 녹산이라는 음식점을 데리고 간 그분을 따라 종종 그곳에
골프치려 갔었다.

그러면 몰려드는 비단잉어들을 보면서 그분은 단 혀를 내두르며
한 말씀을 하신다.

예를 들면 "하얀 바탕에 등과 배밑, 그리고 꼬리 부분에 발킨 무늬가
대칭을 이루고 있어야 하는데 물이 깨끗하지 못해서 저 모양들이지"라고
그분의 직업은 변호사이시다.

공식적인 최정경력사항은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의 최고수장이셨다.

그 분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필자와 같은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골프를
잘하기로 유명하였다.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시기를 하셨을뿐 아니라 대한골프협회의 핸디캡위원
으로서 골프장이 새로이 개장되는 경우 코스레이팅을 하시는 일은 지금도
하고 계신다.

한국의 내노라 하는 프로골퍼들의 일상생활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계신다.

그래서 어느 프로가 제목이 될 것인기 예견하고 계시는 듯하다 최상호
프로가 중학교 시절 동네 고등학생에게 얻어 맞았다가 계속하여 얻어
터지면서도 한달동안이나 돌맹이를 들고 쫓아 다닌 끝에 드디어 항복을
얻어 냈을만큼 근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그 분으로부터 들었었다.

어느 날인가 그분은 필자에게 당신이 골프에 입문했을 무렵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다.

골프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분도
한 때는 하루에 2,000개씩의 볼을 치는 연습벌레 였다고 한다.

오래 전에는 아마도 대법원장이 쟁탈 골프내회가 안양CC에서 열렸던
모양이다.

평판사시절 그 대화에 참가하여 우승한 민복기대법원장님께서는
우승컵을 주시면서 귓속말로 속삭이시더란니.

"자내 꼭 이런 대회까지 나와서 우승하여야만 속이 시원하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