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하반기통화운용계획"은 한마디로 통화보다는 금리
의 하향안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총통화(M2) 증가율에 연연하지 않고 신축적인 통화관리를 하겠다"
(박철 자금부장)는 표현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한은은 물론 신탁제도개편과 투금사의 종금사전환및 콜시장개편등 제도
개편에 따른 자금이동이란 변수가 나타난 만큼 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선
M2의 연간목표선도 포기할수 있다는 것이지 M2 중심의 통화관리를 포기한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참가자들의 해석은 약간 다르다.

최근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유발하는 한 원인으로 고금리가 지목되자
금리의 하향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섰고 한은도 이에 보조를 맞추게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는 최근들어 여러면에서 금리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은행은 물론 투신사 보험사등에 회사채를 사도록 권고하는가 하면 회사채
발행물량도 최소화했다.

그것도 구체적인 매입금리까지를 적시하면서 말이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 대해 한은도 모른채 할수 없었고 그 결과가 "M2 연간
목표선에 집착하지 않는 신축적인 통화관리방침"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은이 발표대로 신축적인 통화관리를 지속할 것인지
여부다.

지난 4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수출부진으로 기업들의 운전자금수요가 증가
하는등 은행대출금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은행고유계정에서도 제2금융기관에 콜을 운용할수 있게 됐다.

또 하반기에는 정부의 재정집행이 크게 늘어난다.

외국인주식투자한도확대및 사회간접자본(SOC)용 상업차관도입등 외자유입도
급증할 전망이다.

모두가 통화관리엔 악재일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의 신축적인 통화관리엔 한계가 분명하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얘기다.

실제 한은에선 일부 은행에 대해 대출및 유가증권투자를 자제하는등 자금
운용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유도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고유계정에서 제2금융기관으로의 콜론도 가급적 자제토록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징후들로 인해 하반기 시장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기업자금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물가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시장금리는 회사채수익률기준 12%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시각이
많다.

이렇게 되면 통화는 통화대로 터지고 시장금리는 떨어지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한은이 M2에 연연하지 않고 MC(M2+CD)나 MCT(M2+CD+
신탁)등 광의의 지표를 중심으로 통화를 운용하겠다는 자세만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