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이 만발한 소백산 정상으로!"라는 슬로건에 현혹(?)되어 무려
71명의 LG카드 산우회원들이 함께 산행을 떠났다.

토요일 오후4시에 출발한 버스2대는 밤늦은 시간 경북 풍기에 위치한
산속 숙박지로 숨가쁘게 달려 무사히 도착했다.

배가 몹시 고팠던 우리 일행은 아주 빠른 동작으로 식사를 끝내고
흥겨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데 취기가 약간 오른 전임회장과 채권팀의
걸물(?)회원들이 주인장에게 간청하여 구한 토속주라며 좌중을 돌면서
술을 권하고 있었다.

커다란 항아리에 쪽박이 떠있고 어두운 야외 분위기라 먹음직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서로들 걸쭉한 막걸리 마시듯 한 사발씩 들이켰다.

정말 느껴보지 못한 맛이었다.

순서에 밀려 마시지 못한 사람들은 못내 아쉬워 했다.

그러나 희비는 잠시후 뒤바뀌었다.

그 토속주 성분은 맥주와 모회원의 체액이 절묘한 비율로 섞여진
엉터리라는 것이었다.

이런 해프닝은 2개월마다 있는 산행에서 가끔씩 일어나 회원들을
즐겁게 해 준다.

이튿날 산행은 새벽4시 기상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조별로 서로를 격려하며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올랐지만 선두와
후미는 약 40분 간격을 두고 비로봉에 도착했다.

우리 산우회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힘든 일을 기꺼이
맡아 하는 2명의 총무 한명섭회원과 강부식회원께 늘 감사한다.

정상에 오른 모든 회원들은 언제 힘이 들었냐는 표정으로 "아!멋있어!"
"여기서 살고싶어" 등 탄성을 질렀다.

우리 71명의 산우회원들은 운무로 뒤덮인 6월의 소백산 정상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83년에 LG그룹에 입사한 후 줄곧 산악회 활동을 해 왔지만
이렇게 많은 산우회원들과 정상에 올라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여천 공장 근무시절 12명의 회원들과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이 최소
인원이었고 대개 30~40명이 일행이 되어 산우회 활동을 해 왔었다.

최근 우리나라 전통 산줄기인 "백두대간"에 대한 보전대책이 전개될
거라는 기사를 접하고 기뻤다.

필자에게도 소망이 있다면 LG카드 산우회원들과 2005년까지 연도별
계획을 세워 백두산에서 설악산 태백산 지리산까지 한반도의 큰 산줄기를
모두 밟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날이 진정 오기를 기다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