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OJ심슨사건"으로 불린 치과의사 모녀피살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남편인 외과의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 (재판장 강완구 부장판사)는 26일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이도행 피고인(33.외과의사)에 대해
법의학적 정황증거를 부인,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의심을 하지 않을 정도의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은 여러가지 정황에 비춰볼때 이피고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의심은 가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는 이상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체감정결과 시반이나 시강 (시체강직정도)상태로
볼 때 사망추정시간을 특정할 수 없으며, 범행동기에 있어서도 이피고인이
부인의 불륜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가 어렵다"며
"또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이 없다는의심만으로는 이피고인의 유죄가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월23일 1심 재판부인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합의부
(재판장 손용근 부장판사)는 "국과수의 감정결과 등 여러가지 정황에
비춰볼 때 이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명백한 만큼 유죄를
인정한다"며 법의학적 정황증거만으로 사형을 선고했었다.

이피고인은 지난해 6월12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신의 집에서
부인 최수희씨 (31.치과의사)의 불륜사실을 알고 최씨와 딸 화영양(1)을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욕조에 유기한 뒤 불을 지른
혐의로 지난해 9월26일 구속기소됐다.

< 이기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