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지방선거는 오늘로, 지방자치 실시는 7월1일로 1년이 된다.

반컵 남은 물에 "반이나 남았다" "반밖엔 안 남았다"로 희비가 갈리듯
지방자치 1년의 평가 역시 시각을 초월해서 일치할순 없다.

오히려 기대가 컸을수록 실망도 크고 반면 처음부터 비관적이었다면
의외로 괜찮다는 점수를 줄지 모른다.

여기 아직 정부의 공식 태도가 표명된 것은 없다.

다만 주로 설문조사를 통한 언론매체나 연구기관들 제나름의 분석이
여기저기 나와 이를 뭉뚱그려 평가를 종합한다면 "실망반, 희망반"이라고
해야 현실에 가까울것 같다.

국민 각자가 주변 의견을 압축한다면 지자제 1년의 긍정적 측면은
단체장들의 지역소득 향상을 위한 경영마인드의 도입 노력에, 군림의
지방행정을 서비스행정으로 바꾸려는 자세 전환이다.

반면 여러 부작용 가운데 으뜸은 혐오시설 기피로 대표되는 지역 이기주의
팽배와 중앙.지방및 지역 상호간의 갈등 증폭이라는데 대체로 중의가
모인다.

그중에도 한국개발원(KDI)의 설문조사가 눈에 띈다.

먼저 단체장 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57점로 나온
것은 극히 시사적이다.

보통 57점이라면 재시험 대상의 성적불량이되 40점이하 과낙과는 다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점수가 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단체장이 어떤 인물
이냐에 따라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향후 지자제 발전의 교훈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KDI조사를 보면 지역이기심에 대해 공무원 응답자의 무려 68.5%가 1년사이
"더 심해졌다"고 응답하고 있다.

여기다 지자제 부작용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지역간 갈등 및 반목,
부정부패, 국책사업지연, 지역경제 불균형 심화가 차례로 지적된 것도
지자제에 대한 일반의 우려를 잘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일층 구체성으로 우려를 제기한 점은 높았던 기대처럼 지자제가
기업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방경제 관련 문항에 기업인 응답자의 64.2%가 "달라진 것 없다",
11.6%는 "더 나빠졌다"고 대답했다.

이는 한국경제신문과 LG경제연구소 공동조사의 "달라진게 없다"(44.6%),
"악화"(18.5%), "개선"(36.9%)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실시 1년만에 기대한 성과를 모두 낼 만큼 뿌리깊은 관행들이
고쳐지긴 어렵다.

일부지역 단체장들이 주민에 대한 헌신적 봉사로 언론의 각광을 받아온
것은 기실 예외적인 현상이라 해야 옳다.

KDI설문에서 행정서비스등 주민편의증진 여하를 물은데 대해 무려 71.6%가
"변화없다"고 한 대답도 기대와 현실간의 큰 괴리를 반영한 것이라 본다.

그러나 35년전 단편적 경험만으로 재실시 불과 1년만에 이만큼 큰 말썽없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효과면에서 오히려 비관 일변도보다 힘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위 조사에서도 "지자제가 현저히 또는 약간 정착됐다"는 공무원 응답자가
80%전후나 되었음은 희망의 단서일수 있다.

지자제 발전의 동인은 권모술수의 화신인 중앙정치의 오염을 차단하는
국민적 과단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