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노사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됐는데도 재계는 오히려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공공부문의 해고자복직허용과 두자리수 임금인상이 앞으로 민간기업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총 관계자는 "공기업이 앞장서 "법과 원칙을 무시한 노사합의"라는 선례
를 남겼다"며 "임단협을 앞둔 민간노사가 또 다시 이 문제를 놓고 소모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초 경영계는 정부가 노동정책의 기조를 깨가면서까지 공기업의 협상을
타결시킬 것으론 기대하지 않았었다.

최악의 경우 공공부문 파업 공권력 투입 민간기업 재협상 민간기업 타결 등
"시나리오"까지 설정하는등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
했던게 사실.

특히 최근 경기가 급속히 하락하는등 국내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공기업노조의 요구사항을 자칫 잘못 들어줄 경우 민간기업의 경영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십분 감안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배경총상무는 "해고자 복직 문제는 법원의 판결에 따를 일이지 개별
기업의 노사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현재 대부분의 해고자들이 소송을 내고
있거나 노동위원회에 재심청구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노조측이 다시 단협
에서 이를 주장하는 것은 적합치 않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법과 제도를 만들었으면 지켜야지 노조가 힘으로 밀어
붙인다고 들어주면 안된다"며 "해고시킬 때도 원칙에 따라야 하지만 복직
시킬 때도 원칙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S그룹 K상무는 "사용자들은 노조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해올 경우 공기업의
선례가 있어 이를 수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또 다시 "힘"과 "머리수"가
우위를 점하는 80년대말의 노사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정부가 국내 노사관계에 파급효과가 큰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해 "예상치
못한" 대응방식을 취함에 따라 경영계 내부에서도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G그룹의 S이사가 "그동안 정부의 노사관계개혁에 적극 협력하기 위해
특별한 주장을 하지 못했던 경영계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경영계의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21일 열릴 경총 확대회장단 회의 결과가 특히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