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해운을 잡아라"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6척의 수주전에 참여한
현대 대우 삼성중공업이 운항선사로 유공해운과 짝을 짓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선사들이 유공해운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LNG수주전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로 떠올랐기 때문.

해운사와 조선사가 짝을 지어 공동으로 참여하게 돼 있는 이번 입찰의
경우 계열사중 조선사가 없는 유공해운이 어느 조선사와 손을 잡느냐는
수주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한진해운은 한진중공업과 이미 짝짓기를
끝낸 상황이어서 남은 해운사는 유공해운과 대한해운 범양상선등 3개사이나
이중에서도 LNG선 수주경험이 있는 회사는 유공해운 뿐이다.

더구나 범양상선은 법정관리중이어서 자격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래서 조선사들은 유공해운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로비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공해운이 어떤 조선사를 파트너로 선정할지에 대해선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추정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현대중공업에 한척, 대우중공업에 한척씩을 발주하는 것.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과 2척을 짝 짓고도 1척을 더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유공해운과 손을 잡을 여유가 있다.

두번째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각각 한척씩을 주는 경우다.

신규참여사로 한척까지 수주할 수 있는 삼성에 유공해운이 "쾌척"을
하는 시나리오다.

마직막으론 대우중공업에 두척을 모두 안겨주는 것도 상정할 수 있다.

단 대우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한척씩을 주는 경우도 상상해볼 수
있으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에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모스형을 운영중인 유공해운은
대우와 삼성에 각각 한척씩을 발주하면 3개의 다른 선형을 운항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는 탓이다.

대우와 삼성은 모두 멤브레인형이긴 하지만 선박건조 방법이 완전히
달라 사실상 다른 배라는 것이다.

어쨌든 3가지 경우의 수가 가능한 만큼 현대 대우 삼성은 서로 자기쪽에
유리한 시나리오가 실현되도록 불꽃 튀는 유공해운 유치전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는 LNG2호선을 함께 지어 운항중이라는 과거의 연을 바탕으로
유공해운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대우도 한진중공업과 공동이긴 하지만 LNG선을 건조해 보았다는
비교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자금조달 능력면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뛰어나다는 강점을
미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유공해운 잡기 경쟁은 이달말께 윤곽을 들어낼 전망이다.

내달 12일까지는 완전한 짝짓기를 해 가스공사에 선박의 세부사양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신규참여가 허용된 대한해운의 경우 유공해운 유치전에서 패배한
조선사와 좋든 싫든 짝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