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방송(SBS)과 부산방송(PSB)이 드라마 "형제의 강"기획 주체가
서로 자기측이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형제의 강" (이희우 극본.장형일 연출)은 5.16 직전부터 80년대
말까지 경남 밀양을 무대로 산업화의 여파에 시달린 가족의 얘기를
그려나갈 드라마.

SBS와 PSB 사이의 감정 대립은 최근 PSB가 "지역민영방송 최초로
주간연속극의 기획.제작에 착수했다"고 홍보하면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PSB측은 "오는 9월부터 서울방송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라며 "지역민방이 기획해 서울방송에 제공하는 최초의
드라마가 되는 동시에 전국에 방송되는 최초의 지역민방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SBS는 7일 "방송 주체에 대해 설명한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PSB의 선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SBS측은 ""형제의 강"은 당초 부산방송이 50부작으로 기획.제작할
예정이었으나 여러가지 여건상 제작할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이에 캐스팅 제작 방송등 일체의 내용을 SBS가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로
부산방송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연출자와 작가 선정권 등에 관한 일부 보도는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며 "단 SBS는 "형제의 강"방송시 당초 이 드라마를
기획했던 부산방송의 입장을 고려, <기획: 부산방송>을 자막처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월22일 서울방송 윤혁기사장과 부산방송 김경동 사장이
체결한 8개항의 <"형제의 강"프로그램 제작협약> 내용은 양측 주장과
사뭇 다르다.

제1항에 "서울방송과 부산방송은 "형제의 강" (가제)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기로 한다"로 돼 있는 이 협약은 제3항에서 "작품의 극본 집필은
이희우씨가 담당하고 작품기획은 부산방송이 주관, 작품 제작은 서울방송이
전담키로 하고 이를 프로그램 내외에 명시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제7항은 "서울방송은 부산방송에 특고료 및 기획료 조로 편당
300만원 (VAT별도)을 지불하기로 하고, 이를 본협약 체결후 일시 선지불
하기로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결국 SBS와 PSB의 이같은 신경전은 서로가 각사에 유리한 조건만을
언론에 공개하다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볼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업방송의 맏형인 SBS와 지역민방의 선두주자인 PSB가 이처럼 분열상을
드러낸데 대한 방송가의 시각은 그다지 곱지 않다.

한 일선 PD는 "프로그램 제휴나 방송 네트워크화 등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대한 의식이 희박한 최고경영진들의 생색내기에서 빚어진
시비의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는 것일 따름"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영방송의 공생을 생각하는 SBS의 대승적 자세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