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떠한 경영목표하에서,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재무의사결정을 해왔는지, 또 그 원인은 어디에 있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들을 미시적 재무학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최근 필자는 한국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이론적
연구를 공동으로 행한 바있다.
조사에 의하면 첫째 한국의 기업집단은 주주의 부의 극대화(또는 주가의
극대화)가 아닌 그룹의 외형 극대화를 경영목표로 해 왔다.
둘째는 많은 기업집단들이 중요한 재무의사결정을 각각의 개별기업보다는
그룹전체 차원에서 행하였다.
셋째는 대부분의 기업집단들이 자기자본비용을 배당금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지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들은 현대 재무학의 내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따라서 기업집단은 왜곡된 재무의사결정을 하기 쉬우며 결과적으로는
일반주주들의 부의 손실을 초래할수 있었다.
첫째 기업경영의 그릇된 목표문제는 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구조와 연관하여
생각해 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에 의하면 95년4월 현재 30대 기업집단의 소유경영자
지분은 평균 10.6%에 불과하며, 5대 기업집단의 경우에는 더욱 낮은 8.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일반주주들의 의견은 경영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소유경영자가
100%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물론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계열사 지분이다.
이것까지 합치면 30대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43.3%, 5대 기업집단은
47.7%에 달한다.
여기에다 경영에 관한 내적-외적 통제기능이 미약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소유경영자가 쉽게 경영전권을 가질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와같이 지분은 낮으면서 완전한 경영권지배를 할수 있는 구조하에서는
소유경영자는 개인의 효용극대화를 제1차적 목표로 갖기 쉽다.
일반적으로 소유 경영자는 소유한 주식의 시장가치와 기업지배로부터 오는
권력(power)이라는 두가지의 효익을 갖는다.
이 가운데서 전자의 부분은 개인적 입장에서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결코
현금화할수 없는 일종의 매몰원가(sunk cost)로 볼수 있다.
따라서 후자의 개인적 효용극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효용이 매우 크다고 본다.
이러한 경영목표하에서는 소유경영자와 일반주주간의 이해상충이 심각하게
일어날 수 있다.
즉 주주 입장에서 보면 기업은 기업가치나 순현가를 최대로 하는 수준까지
투자하여야 한다.
그러나 소유경영자는 이 수준을 넘어 과대투자를 하고 싶어한다.
이로 인해 일반 주주들은 부의 손해를 입게 되는데,이는 향유하는 권력의
크기가 클수록 커진다.
둘째로 개별기업보다는 실세기구 등을 통해 그룹전체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마찬가지의 이해상충문제가 심하게 야기된다.
즉 그룹에 속한 어느 특정기업의 희생으로 다른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의사결정을 했다면 이는 희생당한 기업의 일반주주들로부터 소유 경영자
에게로의 부의 이전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기업 집단내의
공개기업과 비공개기업간의 불공정거래를 통해 공개기업의 이익을 줄인다면
일반주주는 희생을 당하게 된다.
셋째로 현행 소유지배 구조하에서는 자기자본비용을 배당금이라고 왜곡되게
간주하기 쉽다.
더구나 한국기업의 배당성향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다.
그래서 자기자본 비용을 타인자본 비용보다 훨씬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정반대여야 한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기업집단들이 부채비율이 높은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의 유지 때문이다.
과소평가된 자본비용을 사용하여 투자결정을 할 경우 기각되어야 할
투자안이 채택되어 기업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특히 향후의
안정적 성장기에는 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상에서 볼때 왜곡되지 않은 경영의사결정을 위하여는 "주주들의 부의
극대화", 즉 "주가의 극대화"를 경영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물론 이것이 올바른 목표냐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의 부의 극대화"가 더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이나 영국 기업들은 전자를 택하고 있고, 일본이나 독일 기업들은
후자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각국의 경제적 성과를 비교하면서 결국
주주의 부의 극대화가 경영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는 기업의 주역할은 효율적인 부의 창출이며,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소유경영자의 부의 극대화를 기업목표로 삼는
국가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바람직한 경영목표를 갖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지배구조의 개선이 선행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여건 하에서 이 개선작업은 점진적으로 행해져야 하며 결코
규모확대가 규제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업규제의 과감한 철폐 등을 통해 창의적 생산활동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아울러 최근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와같이 소액주주 권한강화, 감사
제도및 공시제도의 정비등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정립의 병행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내부자거래나 부당거래를 제거하고 기업의사 결정이
신속히 주가에 반영될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제고시켜야 한다.
나아가 경영권의 상속시 엄격한 법적용을 받게 하고 계열사 지급보증이나
계열사지분도 점진적으로 축소조정되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에
맞게 정책 방향도 세워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