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는 밝은가.

하드웨어산업의 장래와 비교해 흔히 갖게되는 의문 가운데 하나이다.

견해에 따라서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상반되게 나올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내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소프트웨어산업의 앞날은 밝다.

이같은 단정을 뒷받침할수 있는 예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회사간의 수익폭에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세계의 유력 하드웨어메이커인 컴팩은 23%의 판매수익률(그로스 마진)밖에
못올리는 반면 세계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판매수익률이
85%에 달한다.

매출액 크기를 떠나 마진율이 높다는 것은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와
통한다.

소프트웨어산업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또 하나의 사실은 PC혁명이 시작된지
15년이 지나면서 IBM이 지난해 소프트웨어매출액이 130억달러에 달할 정도의
소프트웨어회사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벌어들인 금액의 두배이다.

컴퓨터회사를 소프트웨어업체 하드웨어업체로 구분한다는 것은 이미
무의미해지고 만 것이다.

컴퓨터업체들중에는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에 대해 자사가
수년동안 구축해온 클라이언트-서버 전략의 확장이라거나(마이크로소프트),
자사의 노트라고 불리는 그룹웨어처럼 인터넷을 "협력과 통신"으로 정의
하기도 하면서(IBM 자회사 로터스) 오래전부터 인터넷관련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있다.

노벨사의 경우는 인터넷의 기초가 자사가 발명한 오피스네트워크에
있다면서 인터넷이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널리 보급시켜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들 업체의 인터넷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오라클은 최근 개발한 인터넷용 값싼 네트워크 컴퓨터(NC)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NC자체는 80년대 중반에 개발된 수많은 컴퓨터들 가운데 하나인 영국
에이콘사제품의 디자인과 흡사하다.

IBM은 기업들이 인터넷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커버범위가 좁던 종래의
인터널 네트워크는 폐기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산업의 향후 전개방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도브사는 인터넷붐이 확산될수록 앞으로 출판산업이 성장할 것이란
주장을 한다.

데이터퀘스트사의 분석가였던 폴 커비지씨도 소프트웨어개발이 출판처럼
여겨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사람은 너무 많으며 그들은 마케팅이나
회사를 창업하는 일은 원치 않는다.

인터넷은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케이블TV처럼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스케이프사의 한 전문가는 소프트웨어가 독립제품으로서는 생명이
짧다면서 "소프트웨어의 내용과 응용프로그램 서비스는 종래 각자 분리된
것이었지만 이제는 융합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물론 모든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다 성공할수는 없는 일이다.

경쟁의 낙오자가 나올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한 벤처기업인의 "소프트웨어업계에서 현재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들
대다수는 앞으로 2년내에 그들의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산업의 성장사이클은 아무도 예측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산업의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같은 전망을 하는 이들은 오늘날의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앞으로도 계속
남아 있는 채로 전체적인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무한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것이 현실로 드러날 경우 그동안 소프트웨어의 판매경로에 대한
진입애로등을 극복하지 못했던 많은 벤처기업들까지 이 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하게 될 것은 물론이다.

인터넷시장에서 가격은 하락하고 이용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 자바를 세상에 처음 공개한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사가 이제는 사용자가
자바 애플릿을 다운로드받을때 적게나마 요금을 받기 시작한 것을 보면
앞으로 차세대 소프트웨어개발의 중심은 네트워크 프로그램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적인 확산추세에다 무한대의 용량,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등의
장점을 갖고 있는 인터넷이 종래의 전통적인 경제를 공략함에 따라 수많은
네트워크 프로그램 신규개발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그 프로그램들중 일부는 맘모스가 지구상에 나타났을 때처럼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이다가도 금세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말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우리의 인생살이처럼 변화에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