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에서 공공연히 여자를 성추행해도 차안에 있는 승객들은 못 본척
하고 있고, 한밤 주택가의 길거리에서 주부가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살인을 당해도 사람들은 못 들은 척 나 몰라라 한다.

소매치기를 잡으려는 사람이 그 패거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도 그
부근의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

중요한 이유는 경찰이나 검찰이 보복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검.경은 "용감한 시민상" "비밀보장" 등을 한다며 시민들의 정의로운
행동을 유도하곤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보복행위로부터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고도 왜 신고를
안하는가.

단지 순간의 정의로운 행동으로 인해서 폭력집단의 보복행위에 시달릴
바에는 차라리 괴로움을 참는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위하여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해
줌으로써 개인의 정의로운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당국은 찾아야 한다.

시민들이 불법적인 사회현상에 대해 둔감하다든가 무관심 또는 정의감이
없다며 사회를 삭막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용감해지고
정의로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선행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견기 <대구 달서구 진천동>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