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심상찮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 어느 것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다.

4월말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65억6,000만달러로 이미 정부의 연간
억제목표 (50~60억달러)를 넘어섰다.

1.4분기 성장률 (7.9%)은 낮지 않은 편이지만 4월이후 경기가 급쟁하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이후 경기를 예고하는 4월 경기선행지수는 3년만에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기록했다.

물가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제곡물가격이 계속 오름세고 버스요금 수도료인상도 계획돼있다.

정부도 경제가 심상치않다는데 의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8일 대통령경제수석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가진데이어
29일에는 나웅배 부총리가 국제수지대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가 다 어려울 때는 특히 정책선택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성장에 촛점을 맞춰 돈을 풀면 물가불안이 더욱 가증될 것이고
국제수지나 물가에 무게중심을 둬 긴축을 밀고 나가면 경기급랭으로
실업이 늘게되기 때문에 "3각형의 세변"이 모두 빠듯한 상황에서의
정책변수운용은 특히 어렵게 마련이다.

바로 이런 상황일수록 정책방향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나부총리가 "수출부진이나 경상수지적자를 해결하기위해 돈줄을
죄거나 환율을 인상하는 등의 단기적인 대증요법은 쓰지않겠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국제수지 적자가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통환환수책이 나올 것이란 추측과 함께 금리가 연일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할때 나부총리가 정책변수운용
방향을 명확히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경제정책의 촛점은 물가안정보다 더 넓은 개념의
"경제안정"에 둬야한다고 본다.

좀더 부연하면, 우리 경제에대한 위기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도산이 늘고 실업이 증가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할
제1차적인 목표다.

이는 적정수준의 통화증급을 통해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할수 있어야
하고 아무리 낮더라도 7%의 성장은 달성해야 된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따지고보면 올들어 국제수지 적자가 예상보다 훨씬 커진것은 불가피한
일면이 있다.

올들어 반도체 철강 전자 유화 등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품목에
지나치게 편증돼있는 수출상품 구조상 엔화가 급격히 약세로 돌아서고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여건에서 수출부진은 피하기 어렵다.

무역수지적자는 구조조정을 통한 국내 산업의 경쟁력강화를 통해
해결해야할 장기과제다.

일시적으로 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된다하더라도 시설재수입 등
투자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나부총리가 "대증요법적 확율인상"을 하지않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등 핫머니유입에 제대로 대처하지못한
탓으로 원화의 고평가가 가급된점은 정책당국자들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원화가 실세이상으로 고평가되기에 이른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든
바로잡는 일은 그들이 풀어야할 숙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