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생산 8.3% 증가"나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1.4분기 국민총생산(GNP) 7.9% 성장"에 대해 민간쪽은 "납득할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수출.내수 할것 없이 체감경기가 안좋아 기업은 야단들인데 정부는 지표만
믿고 느긋해하고 있다는게 민간연구소들의 공통된 표정이다.

지수상의 추세만보고 "연착륙 가능"을 논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따라서
현실의 상황을 전제로 대책의 필요성 여부와 강도가 검토돼야 한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진수국내경제팀장은 "지수상으로는 경기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전제, "그러나 지수가 체감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의 상황을 대표하는 바로미터로 보아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중소기업과 영세유통상인이 도산해도 일부
중화학제품만 호조를 보이면 성장률이 높게 집계된다"며 "특히 섬유와 같은
경공업제품의 경우는 거의 포기상태"라고 강조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이사는 "수출이 안된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
했다.

그는 "정부가 해외부문 통화증발을 우려한 나머지 환율문제를 너무 안이
하게 보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히고 "환율에 가장 민감한 가전제품
등의 경우 벌써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연구위원도 "엔.달러 환율이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30%나 오르는등 엔화의 절하속도가 예상외로 빨라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
에서 일제상품에 밀리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순원 현대경제사회연구원상무는 "선거이후 수출이 부진해 기업들이
가격보다는 물량 위주의 전략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수출채산성을 악화
시킬 뿐 아니라 자금사정 악화를 몰고와 금리상승까지 유발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선진국수준의
산업정책을 추진해선 안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가능하면
늦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당국이 숫자만 놓고 "구조조정"이니 "체질개선"이니 할것이 아니라
현장에 밀착해 어디를 어떻게 뚫어주어야 할지를 챙겨보는 자세전환이 시급
하다는 얘기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