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이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비화되고있다.
그런가하면 도심통과냐 아니면 우회통과냐를 결정할 당사자인 총리실은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고 고심하고있다.
이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 9월쯤.
경주도심통과에 대한 건설교통부안에 대해 문화계 인사들이 문화재훼손을
이유로 뒤늦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도심통과를 주장하는 건설교통부와 우회통과 입장을 굽히지 않는
문화체육부간에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문제는 결국 총리실로 넘겨졌고 총리실은 "조정권"을 발동, 6개월여간의
소모전을 마무리지어야할 입장에 처했다.
총리실은 그러나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말 총리실 관계자들이 경주를 방문, 현장실사를 거쳤으나 양측입장에
대한 장단점 만을 비교했을 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것.
그러면서도 총리실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정치적 여권을 고려할때
건교부안인 도심통과쪽에 약간 기운듯한 인상.
이와관련,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27일 "양측 입장 모두 타당성이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 결단 뿐"이라고 말했다.
이수성 국무총리도 현장실사 보고를 받고 "어려운 결정이다"라며 매우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건교부안을 받아들이자니 문화재훼손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되고
문체부안을 수용하자니 공기지연.공사비증가 등의 문제가 따른다는
얘기이다.
이같은 상황은 청와대에서도 비슷하다.
김광일 비서실장이 그간 수차례에 걸쳐 조정노력을 펼쳤으나 합일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사이에서도 양론이 엇갈리고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경주우회노선으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정치권내에서 이지역 출신 신한국당의원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주도심을 지하화하고 역사를 시내 남쪽으로 건설하자는 건교부안에
힘을 몰아주려는 노력이다.
이상득 정책위의장(포항남.울릉)은 "개발과 건설에 있어 문화재보존도
중요하나 국민생활 개선과 충돌이 빚어질 때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해 도심우회통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수명 의원(울산남갑)은 한술 더 떠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겠지만
농성을 해서라도 우회통과안을 저지할 생각"이라고 반발했다.
총리실은 이번주말 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문제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회의에서도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대안은
나올수 없을 것"이라고 실토하고있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