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독일은 통일을 맞아 새로운 국회의사당을 완공했다.

하지만 그해 정기국회 개원식이 이곳에서 열리지는 못했다.

음향설비가 너무 엉망이어서 거의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탓이었다.

당시에는 건물이 완공되기전까지는 어떤 음향시설이 건물에 맞을지 전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이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세계적인 스피커업체 보우스사가 "오디셔너(Auditioner)시스템"
이라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 덕분이다.

보우스사가 10년간의 연구노력끝에 개발해낸 오디셔너는 한마디로 "가상
현실음"을 창조해 낸다.

건물의 설계도면을 보고 이 설계대로 건물이 완공됐을때 소리가 어떻게
나고 어떻게 들릴지를 사전에 정확히 파악, 건물구조에 맞는 최상의 음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가령 음악당을 세울 경우 설계도면에 나타난 건물모양이나 자재 음향설비
대로 완공된후 실제 연주음악이 어떨지를 오디셔너로 미리 들어본다.

음향상태가 불량하거나 용도에 맞는 음이 나오지 않으면 설계를 수정,
건물주가 바라는 음을 내게끔 해준다.

오디셔너기술은 또 관객이 어느 곳에 위치하든 똑같은 음질의 음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도 갖고 있다.

보우스사는 95년에 오디셔너를 개발한후 세계 유명건물과 실내외 경기장
등에 수많은 스피커를 설치했다.

건물완공전 오디셔너를 통해 들은 음과 완공후 실제로 들은 음의 질이
거의 100% 일치, 고객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와 호평을 받고 있다.

오디셔너기술로 음향설비가 설치된 대형 건물은 태국의 치앙마이스타디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의사당, 스웨덴증권거래소등 전세계적으로 60여개
에 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