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한국영화 3편이 초여름 안방극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박철수감독의 "학생부군신위"(영성프로덕션), 김영빈감독의 "나에게 오라"
(시네마트), 박헌수감독의 "진짜사나이"(우일영상)가 그것.

3편 모두 극장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못봤지만 진지한 주제를 깊이있게
다룸으로써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들이다.

"학생부군신위"는 상가라는 비극적인 장소에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벌이는 천태만상의 해프닝을 그린 블랙코미디.

시골노인의 죽음을 계기로 상가에 모여든 산 사람들의 역설적인 잔치판을
통해 "삶의 진정성"을 탐구했다.

"301.302"로 국내외에서 호평받은 박철수감독의 연출과 일관된 주제아래
극단적인 슬픔과 한을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가는 한국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301.302"로 청룡영화제와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방은진과
"개같은 날의 오후"로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송옥숙의 감칠맛나는
연기가 일품.

올해 제15회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을 차지하며 한국영화 베스트10에
뽑혔고 제3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 작품상 감독상 특별상등 4개부문을
휩쓸었다.

제34회 대종상에서도 남우조연상(김일우)과 각본상(김상수 지상학)을
차지했다.

"테러리스트"의 김영빈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나에게 오라"는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송기원씨의 자전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를 영화화한
작품.

70년대 장터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전라도 함평과 보성등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건달 작부등 밑바닥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한 젊은이의 고뇌와
좌절을 그리고 있다.

남도의 걸쭉한 육담과 투박한 사투리, 부초처럼 떠도는 장돌뱅이의 삶등
고단한 인생들의 모습을 통해 작품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린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테러리스트"로 올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민수가 단역으로 우정
출연하고 "장군의 아들""남자는 괴로워"로 연기변신을 거듭해온 박상민이
삭발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진짜사나이"는 갑갑한 현실에서 탈출한 두 남녀의 "진정한 자유찾기"를
그린 코믹액션물.

영화는 일상에서 벗어난 사나이와 그녀를 따라가는 로드무비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길가에 펼쳐지는 풍경이나 여행의 대리만족에 머물지 않는다.

"결혼이야기" "그여자 그남자"의 시나리오작가에서 "구미호"를 통해
연출자로 변신한 박헌수감독은 신선한 감각과 기발한 위트뒤에 현대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아낸다.

주연을 맡은 권해효(사나이역)와 신인여배우 서미경(그녀역)의 코믹
액션연기와 함께 경찰 라이방역의 이경영, 카리스마적인 악당 망치역의
김학철등 중량있는 조연들의 감초연기도 볼만하다.

< 정한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