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쏘와 이스타나를 주로 생산하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이 공장의 ''96년도 방명록''에는 국내기자보다 외국기자들의 이름이 훨씬
더 많이 적혀 있다.

지난 2월초 영국 국영방송사인 BBC 기자단 15명이 무더기로 다녀갔다.

3월에는 영국의 자동차 전문기자 20여명도 이곳을 방문했다.

물론 쌍용의 초청에 의해서다.

"올해 대유럽수출을 확대할 방침인데다 유럽 자동차메이커들의 견제가 심해
현지언론을 통해 우리의 생산능력과 유럽수출전략 등을 널리 알리자는 차원
에서였다"(쌍용자동차 박종일 홍보실장)는 것.

외국 언론인 초청은 비단 쌍용자동차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항제철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외국 언론인들을 부르고 있다.

방문을 요청해오면 공장등을 견학시켜주던 종전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이제는 비용을 부담해가면서까지 외국 언론인들을 초청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94년부터 외국 언론인들을 초청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0개국에서 무려 1백여명을 불렀다.

올해는 나라도 46개국으로 확대,2백여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지난달 태국 푸켓에서 열린 "티뷰론" 신차발표회 때에는 동남아지역
언론인 3백여명을 불렀다.

삼성전자도 지난 94년부터 해외홍보팀 주관으로 현지 언론인들을
초청해왔다.

지난해만도 러시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등 21개국에서
총 1백여명의 기자들을 불렀다.

올해도 최근 신규 진출했거나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총 7회에 걸쳐 2백여명을 부를 예정이다.

대우전자 또한 외국 언론인 초청에 비교적 활발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폴란드 루마니아 베트남 말레이시아등 유럽및
동남아지역 10개국에서 현지에 가전복합단지를 준공한 시기를 전후로
총 1백50여명을 초청했다.

외국 언론인들을 초청하는 것 외에도 국내에 주재하는 외신기자들을
본사및 공장으로 불러 회사현황을 소개하는 업체도 있다.

LG전자가 대표적인 경우로 이 회사는 지난해 모두 5회에 걸쳐 외신기자
초청행사를 가진데 이어 올들어서는 아예 월례행사로 바꿨다.

외신기자를 부르는데는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외국 현지
언론인들을 초청하는 경우는 적지않은 돈이 든다.

왕복항공료에다 숙박비는 물론 관광비용까지 회사에서 대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선물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독일 언론인 13명을 초청하는데만 총8천만원정도의
비용을 들였다.

결코 적지않은 돈이다.

1주일정도 초청하는 경우 1인당 평균 5백만~6백만원은 족히 든다는게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 국내 기업들이 적지않은 비용을 부담해가면서까지
외국 언론인들을 초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 목적은 물론 기업의 세계화다.

"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에서 기업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등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현대자동차 이용훈홍보이사)는
얘기다.

기업들이 외국 언론인들을 초청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연간 수백억원이 드는 현지의 언론매체를 통한 광고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홍보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BBC 기자단이 돌아간 이후 쌍용자동차가
1시간짜리 시사뉴스 프로그램에 특집으로 소개됐다"며 "특히 평택공장의
생산라인이 상세히 소개된 것은 현지인들의 쌍용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수십억원을 들여
현지 신문이나 방송에 광고를 내는 것보다 더 많은 효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대우전자 P이사도 "폴란드의 경우 FSO사를 인수하는데 현지 언론인의
초청이 적지않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물론 외국 언론인을 초청한게 때로는 부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경우도
있다.

공장을 방문한 후 환경 등 미비한 문제점을 기사화해 초청한측을
무색하게 만드는게 대표적인 예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자들이 공장을 방문한후 현지에 돌아가 폐기물
처리나 재활용 시스템의 문제점를 기사화해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영"이 모든 대기업들의 공통과제로 등장하면서
기업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해외언론인들의 초청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