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의 미래를 살펴볼수 있는 중요지표로 꼽히는 "뉴웨이브인 서울
96/97추동컬렉션"이 21일 저녁 서울 남산공원 백범광장에서 열렸다.

"뉴웨이브인 서울"은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진 30대 디자이너들의 모임.

화창한 늦봄 야외무대에서 열린 이날 패션쇼는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을
희구하는 백범 김구선생의 글 "나의 소원"이 배경음으로 낭독되는 가운데
시작됐다.

박춘무(데무) 이정우(싸피) 안혜영(안혜영부띠끄) 우영미(솔리드옴므)
이경원(아가씨) 양성숙(Y&M양성숙) 유정덕(유정덕컬렉션) 박윤정씨
(오리지날리)등 8명의 디자이너가 각양각색의 옷을 선보였지만 전체를
일관하는 흐름은 신체선에 맞춘 깔끔한 실루엣과 첨단소재의 활용.

박춘무 유정덕씨는 울과 폴리에스테르를 섞은 톡톡하고 매끈한 소재를
사용해 스키복처럼 활동적인 투피스들을 내놓았다.

안혜영 양성숙씨는 다른 소재와 합성해 생경한 느낌을 줄인 비닐소재를
사용했다.

비닐과 울니트를 상하의에 따로 쓰거나 비닐과 울을 붙여 한 아이템을
만든 것, 또 비닐과 모직을 잇대 만든 옷이 그 예.

이정우씨는 전통한복감과 신종소재를 함께 사용했다.

구겨진 종이같은 질감의 폴리에스테르 인조가죽 그리고 누빈 비단등이
그의 소재.

고집스럽게 니트의상을 만들어온 이경원씨는 니트몸판에 하늘하늘한
쉬폰소매를 배합한 블라우스로 소재운용에 여유를 보였다.

박윤정씨는 군복얼룩무늬의 면소재 브래지어탑에 치마끝부분을 자유롭게
처리한 쉬폰드레스등 유머러스하면서도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였다.

특히 돋보인 부분은 이야기가 있는 쇼 전개.

우영미씨는 총을 들고 태극기를 등에 꽂거나 봇짐을 등에 맨 모델을
등장시켜 일제시대 우리남성상을 재현했다.

이정우씨는 트레머리를 올리고 수복금박무늬찍은 장삼을 입고 등장했던
모델이 잠시후 긴생머리를 날리며 오렌지색 가죽투피스를 입고 나와
시대흐름에 따른 여성의 변화를 드러냈다.

< 글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