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진경시대의 대표적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진경시대전"이
19일~6월2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762-0442)에서 열리고 있다.

간송미술관 (대표 전영우)은 개관 25주년 기념전으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말까지 120여년동안 조선후기문화의 꽃을 활짝 피운 진경시대의
실체와 역사적 의의를 집중 조명,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작은 겸재 정 의 "목멱조돈" (경교명승첩 견본채색 29.2cmx23.0cm)
"금강내산" (지본수묵 80.5cmx28.2cm) 등 진경시대의 대표적인 회화와
"백자희존" (18세기 초반 높이 21.0cm, 길이 32.5cm), "청화백자양각진사철
채난국초충문병" (18세기 중반 높이 42.3cm, 밑지름 13.3cm) 등 도자기를
포함, 170여점.

전시작중에는 또 이병연의 "금평도위수연시" (종이 54.0cmx36.5cm),
백하 윤순의 "포도" (종이에 수묵 27.5cmx46.5cm), 현재 심사정의
"하산욕우" (종이에 담채 26.5cmx32.5cm), 표암 강세황의 "황국"
(비단에 담채 15.7cmx23.8cm), 단원 김홍도의 "비봉폭-관동팔경"
(비단에 담채 41.0cmx91.4cm) "옹천-관동팔경" (비단에 담체
41.0cmx91.4cm), 혜원 신윤복의 "주 거배" (혜원전신첩 종이에 채색
35.6cmx28.2cm), 긍재 김득신의 "주중가효" (긍재풍속첩 종이에 담채
7.0cmx22.4cm), 원교 이광사의 "후고한행" (원교진첩 비단 30.6cmx24.4cm)
등 한국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 총망라돼 있다.

간송미술관은 71년 개관이래 부설 한국민족미술연구소를 통해 한국 및
중국미술사와 인접 학문을 연구하면서 진경시대의 문화적 실체를
밝혀냈다.

특히 겸재 정 이 단순한 화원이 아니라 조선성리학파의 학통을 계승한
사대부 화가였음과 그가 완성한 진경산수화가 조선성리학을 이념적
배경으로 삼은 전대미문의 독창적 예술임을 밝힘으로써 일제에 의해
폄하됐던 조선조 문화와 예술이 실은 당시 세계최고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심사정의 조선 남종화가 출현한 배경과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역시 조선성리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규명,
한국미술사를 새로 쓰게 만들었다.

전시회를 기획한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연구실장은 "개관 25주년
기념전인 만큼 진경시대 대표작은 물론 다수의 미공개작을 함께 모았다"며
"진경시대 조선고유문화가 얼마나 찬란했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