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18)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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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장 도련님에게 말쓰드리지 않고 그냥 오세요"
옥관이 얼굴이 벌개진 보옥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얼 말이야?"
"아, 영관이 노래 듣고 싶다고 했잖아요.
가장 도련님에게 말하면 아무리 영관이 목이 쉬고 피곤하더라도
노래를 부르도록 했을 텐데"
"이제는 됐어. 노래 같은 것 듣고 싶지 않아. 근데 가장이랑 영관이
언제부터 저렇게 가까워진 거야?"
"가장 도련님이 영관이를 사올 때부터겠죠.
가장 도련님이 열두 명의 여배우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이 애를 잠시
좋아했다가 저 애를 잠시 좋아했다가 한눈을 조금씩 팔기도 하며 영관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요즈음은 영관이에게만 사랑을 쏟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시기가 날 정도로요.
지금도 가장 도련님이 연극 공연용으로 새장을 사온 것이 아니라
영관이에게 줄 선물로 사왔을 거예요" 보옥도 가장이 시기가 날 정도로
부러웠다.
소주 지방에서 용모가 출중하고 노래 잘 하는 계집아이들을 열두 명이나
데리고 와서 그 속에서 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중에서 가장 예쁜 영관을 마음대로 품에 안고 주무르고
있으니.
한편으로 생각하면 보옥이 화가 나기도 하였다.
여배우들을 가지고 놀라고 가장에게 그들을 맡긴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자기도 시녀들을 가지고 놀고 있기에 뭐라 할 말은 없었다.
보옥은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나 이향원을 나와
버렸다.
새장을 가운데 두고 새를 희롱하고 있던 영관이 어느새 쓸쓸한 표정으로
변하였다.
"아니, 영관이 왜 그래?새가 마음에 안 들어? 이번에는 다른 놀이를
하도록 해볼까.
이렇게 좁쌀 모이를 주면 말이야, 저기 새장 안쪽 무대 위에 작은
깃발이 있지, 그 깃발을 물고 흔들면서 모이를 더 달라고 야단을 부리지"
가장이 좁쌀 모이를 새장 안으로 던지자 정말 새가 모이를 집어먹고는
무대 위로 올라가 깃발을 물고 흔들었다.
그 깃발에는 무서운 형용을 한 귀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도 영관은 쓸쓸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문득 저 새 신세랑 내 신세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이향원이라는 새장에는 열두 마리의 새가 갇혀서 주인이 먹이를
주는 대로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하잖아요.
저 새가 불쌍해요.
새를 날려주세요"
영관이 간청을 하자 가장이 불끈 화를 내며 새장을 열어 새를 날려
보내고는 새장을 발로 짓밟아 버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9일자).
옥관이 얼굴이 벌개진 보옥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얼 말이야?"
"아, 영관이 노래 듣고 싶다고 했잖아요.
가장 도련님에게 말하면 아무리 영관이 목이 쉬고 피곤하더라도
노래를 부르도록 했을 텐데"
"이제는 됐어. 노래 같은 것 듣고 싶지 않아. 근데 가장이랑 영관이
언제부터 저렇게 가까워진 거야?"
"가장 도련님이 영관이를 사올 때부터겠죠.
가장 도련님이 열두 명의 여배우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이 애를 잠시
좋아했다가 저 애를 잠시 좋아했다가 한눈을 조금씩 팔기도 하며 영관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요즈음은 영관이에게만 사랑을 쏟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시기가 날 정도로요.
지금도 가장 도련님이 연극 공연용으로 새장을 사온 것이 아니라
영관이에게 줄 선물로 사왔을 거예요" 보옥도 가장이 시기가 날 정도로
부러웠다.
소주 지방에서 용모가 출중하고 노래 잘 하는 계집아이들을 열두 명이나
데리고 와서 그 속에서 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중에서 가장 예쁜 영관을 마음대로 품에 안고 주무르고
있으니.
한편으로 생각하면 보옥이 화가 나기도 하였다.
여배우들을 가지고 놀라고 가장에게 그들을 맡긴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자기도 시녀들을 가지고 놀고 있기에 뭐라 할 말은 없었다.
보옥은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나 이향원을 나와
버렸다.
새장을 가운데 두고 새를 희롱하고 있던 영관이 어느새 쓸쓸한 표정으로
변하였다.
"아니, 영관이 왜 그래?새가 마음에 안 들어? 이번에는 다른 놀이를
하도록 해볼까.
이렇게 좁쌀 모이를 주면 말이야, 저기 새장 안쪽 무대 위에 작은
깃발이 있지, 그 깃발을 물고 흔들면서 모이를 더 달라고 야단을 부리지"
가장이 좁쌀 모이를 새장 안으로 던지자 정말 새가 모이를 집어먹고는
무대 위로 올라가 깃발을 물고 흔들었다.
그 깃발에는 무서운 형용을 한 귀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도 영관은 쓸쓸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문득 저 새 신세랑 내 신세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이향원이라는 새장에는 열두 마리의 새가 갇혀서 주인이 먹이를
주는 대로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하잖아요.
저 새가 불쌍해요.
새를 날려주세요"
영관이 간청을 하자 가장이 불끈 화를 내며 새장을 열어 새를 날려
보내고는 새장을 발로 짓밟아 버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