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침내 중국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중국에 대한 통상보복수순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적재산권보호 문제로 지난달 30일 중국을 우선 협상 대상국
으로 지정한뒤 8일 보복관세 부과방침을 선언했고, 15일에는 급기야
보복 대상 품목을 발표했다.

15일 발표는 대중통상전쟁의 최후통첩과 마찬가지다.

수순을 밟는 속도로 봐서는 미국의 보복의지가 확실해 보인다.

미국의 보복사정권에는 중국의 대미 수출품 30억달러어치가 포함되어
있다.

섬유 전자 완구 잡화류 등 중국의 주력수출품들이다.

앞으로 30일동안 선별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보복관세를 받는 제품은
20억달러선으로 압축될 예정이다.

중국의 대미수출규모가 연간 4백달러선을 넘어서기 때문에 이 정도
보복에 따른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파장은 단순히 "2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보복관세부과"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전면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중국 당국은 이미 미국의 제재조치가 발효될 경우 그 이상의 맞보복을
각오하라고 선언했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신규 사업승인의 전면 보류,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조치 등이 중국 당국의 맞보복 전략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실제 맞받아치면 두 초강대국 사이의 무역전쟁은
전면전으로 비화될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당사국들 뿐만 아니라 세계교역 환경에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

전세계가 지재권문제를 둘러싼 미-중간 줄다리기에 촉각을 곧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이번에도 작년 2월 미-중지재권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으름짱 싸움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2월 미국은 10억8천만달러어치의 보복관세부과 목록을 발표해
놓고 최종 발효 시한일의 자정 무렵 지재권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에도 미국은 이같은 막판 극적상황의 재연출을 기대하고 있다.

샤린 바세프스키 미 무역대표부 (USTR) 대표도 15일 기자회견에서
보복관세 예비리스트를 발표하면서 한편으론 "막판 타협 여지"를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9일 "중국의 지재권 침해 행위를 막기 위해선
무역제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란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 의회내에서 대중 제재조치를 가장 큰 목소리로 주장해온 낸시팰로시
민주당의원까지 클린턴 행정부의 강경자세를 "선거전술의 하나"로
해석했다.

즉 보브 돌 공화당 후보진영으로부터 "대중국 통상외교가 일관성도
없고 너무 힘이없다"고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온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정치논리로 중국에 대해 무역제재를 내릴 경우 미 재계로부터도
적지않은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계에선 이미 대중 무역제재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제프 웨이어 미 반도체공업협회(SIA) 대변인은 "중국의 전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반도체 소비시장일 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업체들의
생산기지로도 중요한 국가"라며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게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미 반도체 산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소매업연합회 (NRF)의 트랙드 뮬란 회장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백%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그만큼 미국 중산층들의 부담이 크지게 된다"
면서 행정부의 대중강경노선 철회를 촉구했다.

중국 지재권침해이 가장 큰 피해자랄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MS)도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바람직스럽지 않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회사의 스티브 발머 수석부 사장은 "중국 당국은 지재권 침해사범에
대해 엄중 대처하고 있고, 또 실제 CD불법복제행위 등이 수그러들고
있다"면서 중국에 대한 제제조치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지재권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무역전쟁까지
감수하기에는 양쪽 모두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

다만 막판 타협시기까지 서로 유리한 협상결과를 얻기위해 변죽은
요란하게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