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녹색경영"은 과거 단발적이고 과제 중심적으로 접근하던
환경경영 개념을 그룹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과정 중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환경에 대한 투자를 기업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삼성은 녹색경영의 모토를 "기업활동을 통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것"(녹색경영 선언문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기업의 환경 비용을 종전의 단순한 "코스트" 개념에서 적극적인
"투자" 개념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이다.

특히 자연환경과 같은 좁은 의미의 "환경"개념에서 탈피해 산업안전이나
보건 등 종업원의 삶의 질을 포함하는 "녹색"개념을 도입한 것도 특징.

무재해 무질병 무공해의 "3무 작업장"을 구현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이 제시한 "제품 전생애 책임주의"도 주목할 만한 개념이다.

설계단계부터 제품을 환경친화형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최종 폐기나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체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다.

삼성은 이미 각 계열사별로 지속적으로 환경경영방침을 표방해 왔다.

지난 92년 "염화불화탄소(CFC)완전 폐지"등을 골자로 한 그룹 환경선언을
포함, <>폐가전 재활용센터건립(삼성전자)<>청정연료 사용(전자 수원공장)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번 "녹색경영"선언은 그룹 차원에서 기존 방침을 집대성해
고객에게 철저한 실천을 약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선언문 선포식에 각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석한 것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삼성은 특히 "지구환경연구소"라는 그룹내 독특한 조직을 통해
각 계열사별 "녹색경영" 실천 상황을 독려하고 점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경영"이 지난달 초 미국 샌디에이고 사장단 전략세미나에서
경영방침으로 확정된 백색(사회공헌) 청색(기술.영업) 등과 함께
"3색 경영"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같은 방침은 국내 타 그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들은 이미 오는 7월 1일부터 국제경영환경인증(ISO 14000시리즈)이
부분 발효되는 것을 계기로 서둘러 환경친화형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대우그룹이 오는 2000년까지 환경관련 투자를 매출액의 2%로 까지
끌어올리는 "ECO-대우 21"을 선언한 것이나 현대그룹이 올해말까지
오염방지 부문에만 3천6백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화그룹의 "ECO 2000" 추진본부나 금호그룹의 환경관련 별도법인(EQS)
설립도 마찬가지다.

또 미원 한진 코오롱 등도 이같은 시스템 도입을 검토중이다.

따라서 삼성의 이번 "선언"은 중견그룹에까지 환경경영을 한층 더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GM 듀폰 3M등 세계적인 초일류기업들은 엄격한 환경규정을 갖고,
환경친화형경영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투자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 invisible asset )"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사회전체의 "복리 후생"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눈을
돌려야 한다는 강한 시사인 셈이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