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지 적자가 국제수지 적자폭 확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의 경상수지 적자는 41억달러를 기록했고 이중 여행수지는
5억1,500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수출이 기대한 것처럼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수입은 계속 늘어나 무역수지
(통관기준)는 이미 지난 4월까지 58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올 연간
억제목표 70억달러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여행수지마저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자는 381만9,000명으로 88년의 72만5,000명에 비해 5배
이상, 94년의 315만4,000명보다 21.1%나 증가됐다.

이러한 증가추세는 쉽사리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내국인 출국자중에는 유학및 연수자도 포함돼 있지만 95년의 경우 이들은
27만7,000명에 불과, 대부분의 여행수지 적자증가는 해외 관광수요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한편 외국인 입국자는 지난해 375만3,000명으로 내국인 출국자와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의 해외여행자가 여행경비로 63억4,070만달러, 1인당
1,660달러를 썼지만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여행경비는 1인당 1,372달러에
불과해 여행수지는 1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들어 3월까지 외국인 입국자는 84만9,000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해외여행자는 110만2,800여명으로 20.5% 늘어나
여행수지 적자가 커진 것이다.

해외여행자가 늘어나고 여행수지 적자가 커진다 해도 해외여행을 규제할
수는 없다.

국내로 여행하거나 해외로 여행하거나 그것은 전적으로 여행객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일은 왜 해외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가 하는 점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관광수요는 당연히 늘어나지만 관광수요가 우리처럼
해외관광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외국으로 떠나는 내국인 관광객을 국내 관광지로
끌어들이려면 가격과 서비스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마케팅 활동에서 뒤지지 않아야 수출이
늘어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국내 여행경비가 턱없이 비싸 동남아 등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관광수지 적자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웬만하면 신혼여행은 물론 효도관광, 또는 이런저런 목적의 해외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외화가 낭비되는 것은 이런 요인 때문이다.

국내 유수의 관광지를 내국인이 비싸다고 외면하는 터에 외국관광객이
몰려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관광은 굴뚝없는 수출산업이다.

관광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을 팔고 인정을
파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이치가 외면되고 관광지마다 바가지 상혼이 난무하면
관광산업은 설 땅이 없어진다.

관광호텔 하나 짓는데 각종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는 불평에도
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관광수지 적자만 탓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