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독일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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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특약 독점 전재 ]]]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색채가 가미돼있는 독일의 시장경제체제가 시험대위에
올라 있다.
"상호협의에 의한 공동결정"을 근간으로 하는 이 독일식 체제는 근로자와
경영자, 여당과 야당,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상호합의를 중시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독일은 이 체제위에 지난 수십년동안 경제안정과 번영을 이룩했다.
통독이라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에도 불구, 이 체제는 아무런 손상없이
꿋꿋이 이어져 왔다.
세계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즈음 이 독일사회주의시장체제가 붕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세계의 경제우등생 독일의 경제사정이 너무도 좋지 않다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요즘 독일의 경기부진이 전세계의 화두일 정도로 독일경제사정은 전후
최악이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에다 늘어만 가는 실업자, 확대일로에 있는 재정적자로
선진국중 경제상황이 가장 나쁘다.
독일의 침체된 성장세는 올 1.4분기에 더욱 심화돼 국내총생산이 0.5%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따라 올한해 경제성장률은 선진7개국(G7)중 가장 저조한 0.75%에 그칠
것으로 독일의 6대 경제연구소들은 전망하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인한 실업사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실업률은 10.1%, 실업자는 4백14만명에 달한다.
이 실업자수는 지난 30년대의 세계공황이후 가장 많다.
경제가 이같이 갈데까지 가자 정부는 독일경제를 수술대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예산감축과 사회복지제도개혁 세제개혁등의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다.
이 개혁조치들은 탄탄한 사회보장제도를 갖고 있는 독일의 사회주의시장
체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말한다.
더구나 사회주의시장체제의 기본정신인 공동결정원칙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탓에 이 체제는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독일에 앞서 영국과 프랑스도 유사한 경제개혁조치를 취했다.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복지축소및 경제규제완화정책을
실시, 사회혼란이라는 대가를 지불한 끝에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프랑스정부가 작년 겨울 마스트리히트조약의 재정적자기준을 맞추기 위해
공공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하자 프랑스전역에서는 공공분야 근로자들의 파업
이 수주일간 계속됐다.
80년대에 영국의 대처정부가 규제완화와 공공지출삭감을 실시했을 때는
무려 1년동안 광부들이 파업하는등 후유증과 사회혼란이 더욱 컸다.
그러나 결국에는 개혁이 밑거름이 돼 영국은 지금 유럽에서 가장 안정된
경제성장을 보이는 국가중 하나가 됐다.
헬무트 콜독일총리는 최근 내년 한햇동안 공공지출을 7백억마르크(4백60억
달러) 삭감할 것을 제의했다.
이 삭감액은 국내총생산의 2%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와함께 낡고 시대에 맞지않는 에너지시장규제법을 철폐하고 악명높은
상점영업시간제한법도 완화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독일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에는 이밖에 <>정부실업수당삭감 <>병가근로자의
급여축소 <>요양지에서 치료받는 국민에 대한 국가보조금 축소 <>근로자
정년연장 <>종업원해고자유화 대상기업을 현행 종업원 5인이하에서 10인
이하업체로 확대하는 것등이 들어 있다.
이같은 경제개혁방안이 나오자 수천명의 독일근로자들은 5월1일 메이데이때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때 콜총리는 집무실에서 정부합의에 의해 이 개혁조치들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순조롭게 실행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독일은 지난 5년간 서방권이 과거 50년간 경험한 외부변화중 가장 큰 변화
였다고 평가되는 통일작업을 공동합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시장
시스템"으로 무난히 이뤄냈다.
95년 한해에만도 2천억마르크를 통일비용으로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동안 물가를 안정시키고 연평균 1.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이 성장률은 유럽평균치보다 높고 일본성장률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수준
이었다.
이처럼 통일과업은 별탈없이 수행됐지만 경제가 15년전 수준으로 퇴보했다
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산업생산성은 독일이 지난 79년이래 유지해온 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해외수출시장점유율은 지난 10년중 9년간 줄어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각종 개혁안들은 사회주의시장체제의
상호합의정신에 입각한 공동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콜총리가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공공노조대표들과 가진 협상은
깨졌고 노동단체들과 야당 사민당은 정부측 개혁안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측은 정부의 경제개혁조치가 "사회적으로 추잡하고 잔인한 행위"라며
정부를 성토중이다.
오스카르 라폰테인 사민당수는 "사회정의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콜정부의 경제개혁안을 통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 콜총리의 연립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기민당과 자민당의 12명 각료중
절반은 정부의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야당과 노동단체, 심지어는 내각으로부터도 광범위한 반발에
직면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는 그만큼 독일의 사회주의시장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이 체제가 하루 아침에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시장체제의 성공을 가능케한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 자본과
노동의 결속력도 예전처럼 강하지 않아 고용주와 근로자간의 알력도
심해졌다.
독일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지난 92~94년중 향상되긴 했지만 폴란드나 일본
근로자들의 생산성향상정도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일부 대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고 독일제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조차도 임금이 독일의 10분의 1수준인 중부유럽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그결과 실업자가 급증, 고실업률이 독일경제의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악화되고 있는 실업사태는 사회주의시장체제가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고용주들은 현 체제하의 임금억제와 단체협상방식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종전체를 대표하는 노조와 고용주협회가 협상을 통해 모든 관련기업들의
근로조건과 임금을 결정하는 기존 방식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임러벤츠그룹의 경우 노조단체와 고용주협회간의 협상에서 토요일휴무에
합의했지만 토요일에도 공장을 돌려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노사간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개혁안은 근로자와
사용자간 힘의 균형이 어느 한 쪽으로 더 쏠리게끔 한다.
이제 독일에는 지난 5년간의 포스트통독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마침내 새로운 개혁의 당위성이 제기 되고 있으며 적어도 노사관계의
개혁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변화가 21세기의 시대환경에 잘 적응할수 있게 해줄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시장모델을 만들어낼수 있을지는 알수 없다.
아니면 사회주의시장체제가 완전히 붕괴되고 미국식의 자본주의모델이
채용돼 대결구도의 정치와 상대방의 피를 내고야마는 투쟁의 경제학이
생성될지도 모른다.
정부와 기업이 각자 자신의 길을 제대로 간다면 새로우면서도 유연한
모델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개혁반대파들이 참된 변화를 막는다면 사회주의시장체제는 붕괴될
위험성이 크다.
< 정리=이정훈기자 >
=======================================================================
''Is the model broken?''
May 4th 1996, @ London, The Economist.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9일자).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색채가 가미돼있는 독일의 시장경제체제가 시험대위에
올라 있다.
"상호협의에 의한 공동결정"을 근간으로 하는 이 독일식 체제는 근로자와
경영자, 여당과 야당,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상호합의를 중시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독일은 이 체제위에 지난 수십년동안 경제안정과 번영을 이룩했다.
통독이라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에도 불구, 이 체제는 아무런 손상없이
꿋꿋이 이어져 왔다.
세계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즈음 이 독일사회주의시장체제가 붕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세계의 경제우등생 독일의 경제사정이 너무도 좋지 않다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요즘 독일의 경기부진이 전세계의 화두일 정도로 독일경제사정은 전후
최악이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에다 늘어만 가는 실업자, 확대일로에 있는 재정적자로
선진국중 경제상황이 가장 나쁘다.
독일의 침체된 성장세는 올 1.4분기에 더욱 심화돼 국내총생산이 0.5%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따라 올한해 경제성장률은 선진7개국(G7)중 가장 저조한 0.75%에 그칠
것으로 독일의 6대 경제연구소들은 전망하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인한 실업사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실업률은 10.1%, 실업자는 4백14만명에 달한다.
이 실업자수는 지난 30년대의 세계공황이후 가장 많다.
경제가 이같이 갈데까지 가자 정부는 독일경제를 수술대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예산감축과 사회복지제도개혁 세제개혁등의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다.
이 개혁조치들은 탄탄한 사회보장제도를 갖고 있는 독일의 사회주의시장
체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말한다.
더구나 사회주의시장체제의 기본정신인 공동결정원칙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탓에 이 체제는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독일에 앞서 영국과 프랑스도 유사한 경제개혁조치를 취했다.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복지축소및 경제규제완화정책을
실시, 사회혼란이라는 대가를 지불한 끝에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프랑스정부가 작년 겨울 마스트리히트조약의 재정적자기준을 맞추기 위해
공공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하자 프랑스전역에서는 공공분야 근로자들의 파업
이 수주일간 계속됐다.
80년대에 영국의 대처정부가 규제완화와 공공지출삭감을 실시했을 때는
무려 1년동안 광부들이 파업하는등 후유증과 사회혼란이 더욱 컸다.
그러나 결국에는 개혁이 밑거름이 돼 영국은 지금 유럽에서 가장 안정된
경제성장을 보이는 국가중 하나가 됐다.
헬무트 콜독일총리는 최근 내년 한햇동안 공공지출을 7백억마르크(4백60억
달러) 삭감할 것을 제의했다.
이 삭감액은 국내총생산의 2%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와함께 낡고 시대에 맞지않는 에너지시장규제법을 철폐하고 악명높은
상점영업시간제한법도 완화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독일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에는 이밖에 <>정부실업수당삭감 <>병가근로자의
급여축소 <>요양지에서 치료받는 국민에 대한 국가보조금 축소 <>근로자
정년연장 <>종업원해고자유화 대상기업을 현행 종업원 5인이하에서 10인
이하업체로 확대하는 것등이 들어 있다.
이같은 경제개혁방안이 나오자 수천명의 독일근로자들은 5월1일 메이데이때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때 콜총리는 집무실에서 정부합의에 의해 이 개혁조치들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순조롭게 실행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독일은 지난 5년간 서방권이 과거 50년간 경험한 외부변화중 가장 큰 변화
였다고 평가되는 통일작업을 공동합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시장
시스템"으로 무난히 이뤄냈다.
95년 한해에만도 2천억마르크를 통일비용으로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동안 물가를 안정시키고 연평균 1.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이 성장률은 유럽평균치보다 높고 일본성장률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수준
이었다.
이처럼 통일과업은 별탈없이 수행됐지만 경제가 15년전 수준으로 퇴보했다
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산업생산성은 독일이 지난 79년이래 유지해온 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해외수출시장점유율은 지난 10년중 9년간 줄어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각종 개혁안들은 사회주의시장체제의
상호합의정신에 입각한 공동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콜총리가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공공노조대표들과 가진 협상은
깨졌고 노동단체들과 야당 사민당은 정부측 개혁안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측은 정부의 경제개혁조치가 "사회적으로 추잡하고 잔인한 행위"라며
정부를 성토중이다.
오스카르 라폰테인 사민당수는 "사회정의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콜정부의 경제개혁안을 통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 콜총리의 연립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기민당과 자민당의 12명 각료중
절반은 정부의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야당과 노동단체, 심지어는 내각으로부터도 광범위한 반발에
직면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는 그만큼 독일의 사회주의시장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이 체제가 하루 아침에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시장체제의 성공을 가능케한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 자본과
노동의 결속력도 예전처럼 강하지 않아 고용주와 근로자간의 알력도
심해졌다.
독일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지난 92~94년중 향상되긴 했지만 폴란드나 일본
근로자들의 생산성향상정도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일부 대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고 독일제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조차도 임금이 독일의 10분의 1수준인 중부유럽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그결과 실업자가 급증, 고실업률이 독일경제의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악화되고 있는 실업사태는 사회주의시장체제가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고용주들은 현 체제하의 임금억제와 단체협상방식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종전체를 대표하는 노조와 고용주협회가 협상을 통해 모든 관련기업들의
근로조건과 임금을 결정하는 기존 방식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임러벤츠그룹의 경우 노조단체와 고용주협회간의 협상에서 토요일휴무에
합의했지만 토요일에도 공장을 돌려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노사간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개혁안은 근로자와
사용자간 힘의 균형이 어느 한 쪽으로 더 쏠리게끔 한다.
이제 독일에는 지난 5년간의 포스트통독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마침내 새로운 개혁의 당위성이 제기 되고 있으며 적어도 노사관계의
개혁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변화가 21세기의 시대환경에 잘 적응할수 있게 해줄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시장모델을 만들어낼수 있을지는 알수 없다.
아니면 사회주의시장체제가 완전히 붕괴되고 미국식의 자본주의모델이
채용돼 대결구도의 정치와 상대방의 피를 내고야마는 투쟁의 경제학이
생성될지도 모른다.
정부와 기업이 각자 자신의 길을 제대로 간다면 새로우면서도 유연한
모델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개혁반대파들이 참된 변화를 막는다면 사회주의시장체제는 붕괴될
위험성이 크다.
< 정리=이정훈기자 >
=======================================================================
''Is the model broken?''
May 4th 1996, @ London, The Economist.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