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신노사관계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한
대통령직속의 노사관계 개혁위원회가 내일 발족, 현판식과 함께 1차회의를
갖는다.

이에 앞서 오늘 오전에는 30명의 개혁위원과 20명의 자문위원 명단이
발표될 예정이다.

30명의 위원은 노동계 5명(한국노총 3명 민노총 2명), 경영계 5명, 학계
10명, 법조.언론.여성.사회단체관계자 10명으로 구성돼 노사 이해당사자수가
전체 위원수의 3분의 1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노사개혁작업을 주도할 개혁위원회의 성격으로 보아 위원회구성에서
가급적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려고 애쓴 정부당국의 세심한 배려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개혁추진 과정에서 노사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들이 빈번히
돌출할 경우 당사자간의 논란보다는 제3자의 입장에선 위원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에서 그동안 노사 어느한쪽과 가까웠던 인사들은 가급적 배제되고
중립성향의 인사들이 위원장과 상임위원으로 내정된 것도 쉽게 이해가 간다.

노사관계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개혁의 당위성이나 명분 앞에는 노사 당사자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막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부딪치면 물러서기가 힘든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제 열릴 예정이던 한국노총과 경총회장단의 간담회가 모임시작 몇시간을
앞두고 노총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된 내막만 살펴보더라도 노사관계
개혁의 앞날이 얼마나 험난한지 짐작할만하다.

노-경총 신임회장단의 상견례 성격을 띤 이 간담회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난달 24일 김영삼대통령의 신노사관계구상이 나온이후 노-사-정이
동시에 노사개혁 추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지게 된
노동계와 경영계 대표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모임은 노총측이 내부사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함으로써
취소되고 말았다.

노총으로선 4.24 신노사관계구상 발표이후 재야노동세력인 민노총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불편한 심기를 이런식으로 표시했을 수도
있다.

노동관계법 개정문제가 핫 이슈가 되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감이 있지만
올해 산업평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기연착륙의 성공여부도 근로현장의 산업평화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로 연3년째 노-경총간 중앙단위 임금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공동선언형식으로라도 최소한 노-경총간 산업평화의지의 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사관계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관계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노.사.정
모두의 의식과 관행에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앞으로 쉽지만은 않을 노사개혁의 추진과정에서 일관되게 요구되는 것은
일방적 주장이나 대결의식이 아니라 균형감각을 바탕으로한 협상정신임을
잊지말아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