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반기의 "한국경제 청사진" 성격을 띠고 있다.
이 계획이 제시한 미래의 한국은 ''세계일류국가''다.
창의와 활력이 넘치는 선진경제,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복지국가,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중심국가, 평화롭고 번영하는 한민족 공동체로 모습을
정리했다.
이 계획은 과거의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을 없애는 대신 장기화한
것이다.
단기예측이 맞지도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목표를 제시하고 끌고가는 형식
도 이제는 어울리지 않아 ''장기구상''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일본(21세기 기본계획)이나 싱가포르(비전2030)등 선진국은 물론
말레이시아(비전2020)등 후발개도국마저 21세기에 대비한 장기비전을 오래
전에 마련해 놓고 있다.
경쟁국인 대만도 95년부터 2005년까지의 "21세기 국가발전전략"을 2년전에
마련, 현재 추진중에 있다.
같은 유형의 장기계획을 뒤늦게 만들긴 했지만 긴 안목으로 미래를 대비
하자는 뜻인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의의에도 불구, KDI의 21세기 밑그림은 너무 과욕을 부린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0년까지 G7에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부터가 그렇다.
한국이 발전하는 동안 다른나라는 제자리걸음을 해줄지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장기계획을 경쟁국중에 가장 늦게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또 각종 사업추진에 필요한 재원마련 방안이 곁들여지지 않았다.
KDI는 각종 국책사업추진을 위해 2020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5%까지 올려야
한다고 밝혔으나 이것만으로 될지도 문제고 조세저항도 고려되지 않았다.
특히 남북통일시점 등의 변수가 전망에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결점으로 꼽힌다.
외국연구기관들은 10년안에 한반도에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도
2020년까지의 장기구상에서 밝힌 과제는 ''한민족공동체''라는 막연한 제목
뿐이라는 대목이다.
이밖에 금융산업개편 등의 과제에서도 20년앞이 아니라 지금 시각에서
본 원론적 언급으로 그쳤다.
결국 이번 KDI의 ''비전''은 앞으로 이를 얼마나 구체화시켜 실현가능한
''계획''으로 바꾸어 놓을지를 숙제로 남겨 놓았다고 할수 있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