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탠퍼드대 언어정보연구소의 존 페리소장(53)은 지난 30일 프레스센터
에서 ''인조공간에서의 정보인 - 인간조건의 새로운 국면''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페리교수는 한국인지과학회와 철학연구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강연회에서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간지식분야에 대한 연구
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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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은 우리가 정보를 얻고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시켜
왔다.

통신수단의 발전은 우리의 행위를 실현시켜 결과를 유도해 낼 수 있는
공간의 한계를 무너뜨렸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우리의 자연적 감각과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 공간을
확대하려는 긴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최근의 무대이다.

이는 사람들이 정보교환을 위해 케이블로 연결된 컴퓨터를 접속함으로써
형성되는 인조공간이다.

인조공간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해 창출되는 정보공간으로 요약된다.

이 공간에서의 교류는 지리적 공간에서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역사회 내에서의 교류보다 수만리 떨어진 국경을 넘어선 교류가 더
빠르고 가까울 수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에 의해 형성된 인조공간을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원하는 결과를
예측하고 계획해 이루어 낼 수 있는 지리적 범위를 확대하게 됐다.

새로운 기술은 대개 새로운 작업방법과 시스템으로 이전에 수행하던 어떤
작업을 뭔가 좀 더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
한다.

이러한 새로움들을 1차적 효과라고 하고 이들이 몰고 오는 사회의 변화상을
2차효과라 정의해 보자.

예를들어 통신수단의 발전은 1차로 사람을 이어주는 대행자공간(Agent
Space)을 변화시키며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관심을 쏟는 대상및
각자의 생활을 조직하는 방식을 뒤바꾸는 또다는 결과를 낳는다.

통신기술의 발전은 권력과 통제방식의 변화, 인간관계유형의 변화, 조직내
주요 역할수행자들의 변화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요컨대 인터넷은 새로운 사람들을 새로운 역할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인터넷은 국경을 초월해 관심사나 가치기준을 공유하는 서로 다른 집단을
고무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번역시스템은 언어적 경계까지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인조공간 혁명의 2차적인 효과에 기업들의 생사가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제품, 어떤 회사가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신기술의
2차적 효과를 예견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컴퓨터는 서로다른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과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컴퓨터를 수동적 도구라기 보다는 상호통신하는 능동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는 인간에 더욱 가깝게 될 때 더욱 유용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인간을 닮은 컴퓨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인간자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조공간 혁명과정에서 사회과학 인지과학 인문학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인조공간의 시대에서 번영코자 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이러한 인간지식
분야에 대한 연구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보다 작고 성능좋은 컴퓨터를 만드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미래의 기술설계자들이 설계의 대상인 인간을 알고 그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