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커피를 타는 사람" 정도로 오해받던 때가
있었다.

불과 20여년전 광고업 자체가 낯설고 영어이름이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절의 얘기다.

지금 카피라이터는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의 하나가 되었다.

서울카피라이터즈클럽 최초의 여성회장으로 선출된 문애란씨(43, 웰컴
부사장)는 "회원수가 5백여명에 달할 정도로 카피라이터들이 많아진
만큼 이제는 질적인 도약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소감을 말했다.

70년대 몇몇 선배들이 클럽을 만들 때만해도 카피라이터들은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카피라이터의 역할이 단순한 광고문안의 작성을 넘어 아이디어를 내거나
광고의 제작방향을 조율하는 것으로까지 강화된 최근엔 만능광고인으로서의
능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글만 알면 누구나 카피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좋은 카피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읍니다.

광고의 전체 컨셉을 이해하고 마케팅효과까지 고려해야 멋진 카피가
나오지요"

이점에서 문회장은 신세대 카피라이터들에게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짧은 시간안에 빛을 볼 수 있는 유행어만들기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작품에 대한 열정이나 전체 광고효과를 위해
양보하는 인내심을 후배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서운함이다.

"카피는 광고의 척추와 같은 겁니다.

최근 광고들이 감각적인 비주얼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형님먼저
아우먼저" "나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 등 그림은 기억안나도
카피는 기억나는 광고들이 많다는 것은 카피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는
거지요"

한줄의 멋진 카피는 그림속의 용에 눈알을 그려넣듯 광고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킨다는 그의 예찬론이다.

문회장은 지난 76년 제일기획에 입사하며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위장병 잡혔어" "미인은 잠꾸러기" "정복당할 것인가 정복할 것인가"
등이 그의 작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