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한미양국의 4자회담제의이후 교묘하게 한미이간책동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미국측에 요청키로
했다.

23일 정부당국자는 "북한의 한성렬주유엔공사가 지난 19일 뉴욕에서 미국무
부의 크리스틴센 한국과 부과장을 만나 4자회담배경 등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
됐다"며 "북한이 이같은 실무접촉을 고위급으로 레벨을 높여 미국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유종하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지난 22일 오후 제임스 레이니주한미
대사와 긴급회동,대북관계개선속도 등을 협의하고 미국의 신중한 대북접근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이 김정우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미국에 파견,자본주의
경제제제도입계획을 흘리며 친북여론을 조성하고 있음에도 미국은 이를 제대
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당국자는 "북한은 지난 92년 개방노선을 선전해왔다"며 "김정우가 밝힌
개방계획에는 새로울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서해군사분계선을 월경하고 조미잠정협정체결을
되풀이해 주장하는 등 대남위협과 한국불인정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고 있다"
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북한이 제주 한미정상회담담에서 합의된 "미북관계와 평화문제의
분리원칙"을 "미국의 독자적 대북접근 허용"으로 오판,한국배제태도를 노골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미사일회담 유해송환협상 뉴욕채널 등을 통한 미북접촉에서 평
화구축문제 등 북한의 의제외 논의요구를 철저히 차단해 줄 것을 미국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도 일북관계개선을 남북한관계와 조화되게 추진
해 줄 것을 연립여당대표단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미일3국은 다음달 13일부터 이틀간 고위정책협의회를 열어 대북정책
을 조율할 예정이다.

<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