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체들이 본격적인 증설에 나설 채비다.

현대석유화학에 이어 LG석유화학도 제2 NCC(나프타 분해공장)를 건설
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공 한화종합화학 대림산업 등도 NCC 추가건설 또는 에틸렌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부지확보및 기술도입 등 준비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석유화학 업계의 증설붐은 아시아지역에서 석유화학 제품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수요전망은 시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현대석유화학은 2000년의
폴리올레핀 수요가 공급능력을 600만t 이상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LG석유화학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공급부족이 오는 2005년까지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수요전망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지난 80년대말 기존 업계의 시설과잉우려 등 반발속에 이루어졌던 현대
삼성등의 석유화학참여가 전체 국가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했던 사례 등을
보더라도 투자주체인 사업자의 눈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일부 석유화학업체의 수요전망이 맞다 틀리다를
따질 생각은 없다.

우리가 이번 석유화학업계의 증설 움직임과 관련,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통산부가 아직도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실질적인 인허가권"을
행사하려 드는 감이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석유화학업계의 투자는 자유화됐다.

법률적인 뒷받침도 불분명한 "투자지침"에 바탕을 뒀던 통산부의
인허가권은 그 지침이 폐지된 이상 행사할수 없게돼 있다.

그러나 "지침"을 없애는 대신 새로 만들도록한 이른바 "민간 자율조정
협의회"가 문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명칭과는 반대로 "민간의 반자율"을 결과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고, 그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통산부는 오는 5월 공식출범할 이 협의회에서 NCC 추가건설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쟁관계에 있는 동업자 모임에서 특정업체의 증설을 반드시
환영할 것이라는 보장은 사실상 전무하다.

증설의사를 밝힌 일부업체에서 "민간자율 조정협의회가 발족하면 충분히
설명해 이해를 얻어낼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협의회의 반응이 어떻든
우리의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있을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런 감이 든다.

우리는 통산부가 협의회를 만들도록한 의도를 절대로 불순하게만 생각지는
않는다.

동업자끼리 시설확장 문제를 협의하면 너도 나도 하겠다고 나서는등 결론이
나지 못할 것이니까 결국 자기들이 나설수 있게될 것으로 판단, 협의회란걸
만들도록 했다고는 결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시설투자는 그에 따른 위험을 책임질수 있는 사람이나
집단, 곧 당해 기업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것이 석유화학이건 제철업이건 진입장벽은 없어져야 하고, 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투자 당사자에게 맡겨져야 한다.

투자자유화가 명실겸전하게 실현될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통산부 관계자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